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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국가기록물을 30년이나 볼 수 없다니…
2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서해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이 연일 뜨겁다.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의 폭로로 촉발된 이 문제는 우리 영토의 주권과 관계된 중대 사안이다. 그렇다면 정치권은 입씨름만 벌일 게 아니라 실제 그런 말이 오고 갔는지 대화록 등 관련 자료를 통해 확인하고 진실을 규명하는 게 먼저다. 그런데도 여야는 본질을 제쳐두고 안보관과 북풍 타령만 하니 한심하고 안타까울 뿐이다.

그러나 정작 기가 막히는 것은 자칫하면 오는 2023년까지 관련 자료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지난 2007년 노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제정된 ‘대통령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때문이다. 이 법에 의하면 비밀취급 인가자라도 대통령의 ‘지정기록물’은 열람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길게는 30년 동안 현직 대통령을 포함해 그 누구도 전직 대통령 관련 기록물은 고사하고 목록조차 들춰볼 수 없다. 이런 지정기록물이 무려 34만건이나 되며 여기에 2차 남북정상회담 관련 기록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그러니 NLL 포기 발언 논란의 진위를 당분간 규명할 도리가 없는 것이다.

물론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국회의원 재적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열람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는 헌법 개정에 준하는 절차로 여야 합의 없이는 어렵다. 더욱이 민주당이 지금도 각을 세우며 반발하고 있어 동의할 리가 만무하다. 국민들만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신세가 됐다.

국정의 연속성과 국민의 알 권리 보장 차원에서라도 이 법을 개정해야 한다. 5년마다 대통령이 바뀌고 자신과 관련한 기록 접근을 원천 봉쇄하면 다음 정부가 어떻게 원활히 국정을 수행할 수 있겠는가. 물론 국가 정상 간 회담에는 일반에 공개하기 어려운 민감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무작정 감출 게 아니라 관련 국회 상임위 등에 사후라도 설명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다음 정권에서 후속 절차가 진행되더라도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것이다.

국가의 기록물 관리를 엄격히 하자는 데는 누구도 이의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을 개인의 사유물 정도로 생각한다면 곤란하다. 대통령이 속한 정치세력은 제각각이지만 대통령이 운영하는 정부는 대한민국 하나다. 이념과 정파가 다른 후임 대통령이 들어온다고 주요 기록물을 모조리 닫아버리면 그런 낭비와 비효율이 어디 있는가. 정치권은 관련법 개정에 적극 임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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