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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우려했던 무상급식의 반격 현실로
우려했던 교육복지 포퓰리즘의 반격이 시작됐다. 서울지역 초ㆍ중ㆍ고등학교 학생들은 내년에도 고장난 화장실을 그대로 써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특히 초등학생들은 화장실 때문에 학교 가기가 싫을 정도라고 하지만 참는 것 말고는 달리 도리가 없다. 틈이 벌어져 황소바람이 숭숭 들어오는 낡은 창문틀 교체, 탈의실도 없이 남녀 학생이 한 교실에서 체육시간마다 북새통을 떨어야 하는 일도 개선될 가능성은 ‘0’이다. 서울시 교육청이 화장실 냉난방, 탈의실 바닥 보수 등의 항목에 예산을 한푼도 배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바람에 공연히 학생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이게 세계 15위 경제강국이라는 한국의 학교 현실이다.

학교 시설물 개선 사업비를 대폭 줄이거나 아예 삭감한 것은 무상급식 등 크게 늘어난 교육복지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는 게 서울시 교육청의 설명이다. 실제 올해 1283억원이던 무상급식 예산은 내년에 2282억원으로 늘어난다. 차액인 900억원을 다른 항목에서 잘라야 한다. 5세이던 누리과정 대상이 3~5세로 확대되면서 2573억원의 예산이 늘어났다. 이를 충당하려다 보니 불요불급한 예산은 줄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불필요한 사업이 학교 시설물 개선이라고 보고 관련 예산 2320억원을 줄였다니 그 발상의 황당함이 놀랍다.

무상급식의 반격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보다 못한 서울시가 화장실 수리비와 책걸상 교체비 일부를 지원하겠다지만 그런 정도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더욱이 무상급식 대상자는 매년 확대되고 있어 내년 이후에도 당분간 비 새는 교실 고칠 예산을 넉넉히 확보하기가 어렵다. 수백, 수천명의 학생이 이용하는 시설물은 위생과 안전에 한 치의 문제가 생겨서는 안 된다. 서울시 교육청은 다른 사업에서 조정할 방법은 없는지 더 세심히 살펴보고 추경을 편성해 우선 급한 시설물 개선 예산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무상급식의 덫에 걸려 정작 필요한 곳에 돈을 쓰지 못하는 한심한 일부터 근본적으로 개선을 해야 한다. 교육적 차원에서 무상급식이 필요하다지만 재원은 한정돼 있다. 학생들의 안전은 물론 정서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학교 시설물의 개선이 결코 무상급식보다 못할 이유는 없다. 연말 대통령 선거와 함께 새로운 교육감이 선출된다. 새 교육감을 중심으로 합리적인 방안을 강구하기 바란다. 비 새는 교실과 불결한 화장실에 우리 아이들을 방치하는 것은 어른들 모두의 직무유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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