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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눈길 끄는 ‘사전장례의향서’ 캠페인
고령 전문가 단체인 한국골든에이지포럼이 벌이는 ‘사전장례의향서’ 캠페인이 주목을 끈다. 사전장례의향서는 말 그대로 생전에 ‘내 장례를 이렇게 치러 달라’는 뜻을 문서로 자녀들에게 남기는 것이다. 여기에는 부고(訃告) 범위, 장례 형식, 매장과 화장 여부를 비롯 수의와 관의 종류까지 장례에 관한 모든 의식과 절차를 어떻게 할 것인지 쓰도록 돼 있다. 형식적이고 불합리한데 고비용 구조인 장례 문화를 개선하자는 그 취지가 반갑다.

실제 우리 장례문화는 허례허식 그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상객은 고인 영정에 형식적인 예를 표하고선 부의금 봉투를 내밀면 그만이다. 고인 추모와 상주 위로는 뒷전이고 눈도장만 찍는 것이다. 고인의 자녀 등 유족 역시 다를 게 없다. 자신의 입장에서 사회적 위상에 걸맞은 장례 치르기에만 급급하기 일쑤다. 경황없다면서도 누가 조화를 보냈고, 그 수가 몇 개인지 등에만 관심이다. 장례가 터무니없는 고비용 구조로 흐르는 것도 관련 업체들이 남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상주들의 심리를 교묘히 이용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장례문화는 대부분 전통 유교 방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여기에 고인과 유족의 종교와 개인적 취향을 가미한 변형 스타일인 셈이다. 시대의 변천과 함께 상당히 간소화됐다지만 여전히 소모적이며 불합리한 면이 많다. 가령 염습은 시신의 부패로 수분이 흘러내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지금은 냉장실에 시신을 보관해 그럴 염려가 거의 없어 깨끗이 씻기기만 해도 된다. 또 장례 필수품인 수의와 관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화장률도 70%를 훨씬 넘어섰다. 하루 이틀 뒤 불살라 버리는 것인데 지나치게 고급스럽게 할 필요가 없다. 평소에 고인이 즐겨 입던 정장을 입히는 게 더 의미가 있다.

그러나 오랜 관습은 하루아침에 허물기 어렵다. 특히 자녀 등 유족 입장에서는 합리와 효율에 근거한 결정을 하기가 쉽지 않다. 그에 따른 부담도 크다. 성인 10명 가운데 8명 이상(83%)은 소모적 장례식으로 경제적 부담을 느끼지만 마지못해 따라가고 있다고 한다. 고인이 생전에 구체적인 장례 방식을 밝혔다면 유족들은 한결 수월하게 실천할 수 있다.

통계청 인구 추계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의 연간 사망자 수는 25만명 정도이나 20년 뒤면 2배, 30년 뒤면 3배로 급격히 늘어날 전망이다. 합리적인 장례문화 정립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정부가 나서고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솔선해야 한다. 고 최종현 SK그룹 회장의 결단으로 화장문화가 뿌리내리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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