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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안철수, 정치혁신 행보로 5년뒤 본다
안철수 무소속 전 대선후보는 정치 프로나 다름없다. 후보 등록 사흘을 남기고 지난 23일 전격 사퇴, 온 나라를 진동시켰다. 그것도 단일화 룰을 둘러싼 전권 대표 회담이 결렬됐다는 통고를 받자마자 2시간여 뒤 바로 사퇴 회견을 해치웠다. 지지부진한 단일화 진행에 진력내던 야권 지지자들에게 단숨에 처방전을 제시하고 사라졌다. 서울시장 양보 때와는 차원이 다르다. 초조하던 민주당 사람들이 마냥 즐거울 수 없게끔 여진이 너무 컸다.

우선 깨끗한 안철수 이미지가 문재인 민주당 후보를 눌렀다. 대선에 실패할 경우 정권 불교체 책임이 막중해졌다. 그의 대선 출마 행보는 비록 국회의원 정수 조정, 중앙당 역할 축소 등 구체적 정치혁신 협상에는 진전을 보지 못했지만 총론을 민주당에 각인시키고 상대인 새누리당까지 여기 붙들어매두는 데 유감이 없었다. 더욱이 이해찬 대표 등 민주당 최고위원은 물론 공동선대본부장들을 사퇴케 함으로써 안 씨의 영향력 발휘는 하늘을 찔렀다.

안철수 전 후보는 사퇴와 더불어 자신이 정치인으로 살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제 벤처기업가, 서울대 교수 등 어리바리한 비정치인 냄새를 털어내고 7월 19일 ‘안철수의 생각’이란 정치적 비전을 담은 책 발간, 정확히 두 달 뒤인 9월 19일 대선 출마 선언을 하면서 내디뎠던 명실 공히 정치인 생활을 앞으로도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그의 나이 50대 초반, 5년 뒤 그는 제법 원숙하지만 때묻지 않은 대선후보로서 필요충분조건을 갖추었다 하겠다. 비록 한순간의 사퇴 결정으로 지지자들을 실망시키고 그의 권력 의지에 의심을 갖는 이가 많이 생겼으나 정권 교체를 위해서라는 사퇴 명분은 이를 가리기에 모자라지 않는다. 심약하다는 비판론까지 포함해서 그렇다.

하지만 그가 돌발적인 사퇴 선언으로 기존 경쟁자들을 한꺼번에 구태정치인으로 만든 정치 개혁, 쇄신의 성공 여부야말로 그의 앞으로 정치적 행보를 결정하는 키워드라 아니할 수 없다. 다시 말해 대선 종료 뒤 얼마 동안의 휴지기가 끝나면 바로 2류, 3류 한국 정치를 업그레이드할 정치쇄신 작업에 나서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로 5년 뒤 대선판에 나설 수 있다. 신당을 만들든, 민주당에 입당을 하든 정치혁신 할 과제는 마찬가지다. 이를 위한 그의 움직임은 곧바로 기존 정치인들과 다른 후보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안철수가 한국 정치 개혁의 아이콘이 될 수 있다면 그의 정치 실험은 무시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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