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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64년 사법부 권위 깬 ‘찾아가는 법정’
서울고등법원 환경전담 민사8부 재판부 판사들이 전남 고흥에 내려가 재판을 진행한 파격 행보가 모처럼 감동적이다. 판사들이 불원천리(不遠千里) 남쪽 바다까지 간 것은 이 지역 어민들이 정부와 고흥군을 상대로 제기한 ‘고흥 방조제 담수 배출 어업피해 사건’ 항소심 재판을 위해서다. 이른바 ‘찾아가는 법정’을 연 것이다. 사건 현장에서 재판이 열린 것은 사법부 64년 사상 처음이라니 의미가 더욱 깊다. 사법부가 국민 곁으로 한 걸음 성큼 다가온 느낌이다.

당초 이 제도는 법원에 소송을 내고도 정작 거리가 멀어 일일이 재판정을 찾지 못하는 이해관계자들의 편의를 위해 마련됐다. 하지만 그동안은 판사들의 업무 폭주로 시간을 쪼갤 엄두를 내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막상 실행에 옮겨 보니 현장 주민들이 매우 흡족해하며 사법부의 배려에 박수를 보냈다고 한다. 이만하면 소통을 통한 재판 신뢰를 높이는 효과도 충분히 거두었을 것이다.

실제가 그랬다. 이 사건은 방조제 담수 방류가 주변 어장에 미친 영향을 둘러싼 환경 소송이다. 그러나 환경 재판부는 서울 한 군데밖에 없어 소송 당사자들의 불편이 여간 크지 않았다. 이 지역 어촌계장만 해도 증언을 위해 서울을 수차례나 다녀갔는데, 비용도 문제지만 그때마다 생업에 막대한 지장을 받아야 했다. 그런 상황에서 재판부가 직접 찾아와 주니 얼마나 고마워했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재판부도 현장에서 원고와 피고의 생생한 증언을 듣고, 배를 타고 직접 피해 현장까지 둘러봤다니 공정한 판결을 내리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사법부를 지탱하는 힘은 국민의 신뢰에서 나온다. 그런 점에서 법원의 권위보다는 현장의 소리를 더 비중 있게 생각한 서울고법의 결단은 남다르게 다가온다. 물론 이번 사례만으로 사법부가 국민의 신망을 듬뿍 받게 됐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이런 게 하나 둘 쌓이면 바위처럼 단단한 신뢰의 무게를 지니게 되는 것이다. ‘찾아가는 법정’이 더욱 활성화돼야 하는 이유다.

사실 사법부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다. 젊은 판사들의 튀는 판결과 권위적이고 고압적인 태도, 소송 관계자에 대한 막말 등 그 이유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법원은 법관 임용제도 개선 등 다각적인 사법 개혁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국민들의 가슴에 선뜻 와 닿지는 않는다. 요란한 개혁 조치보다는 몸을 낮추고 조용히 국민에게 다가가는 자세부터 갖추는 게 더 우선이다. ‘찾아가는 법정’의 감동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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