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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파트값 반토막, '천당 밑 분당'의 눈물
[헤럴드경제=윤현종 기자]분당의 명품 신도시 프리미엄이 사라지고 있다. ‘천당밑에 분당’이라는 유행어를 낳으며 서울 강남을 위협하던 분당은 주택가격이 연일 추락하면서 급기야 반값 구도시라는 오명까지 뒤집어 썼다. 더욱이 부동산시장 불황으로 재건축 사업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분당은 20년된 낡은 아파트 전시장으로 변했다. 이 때문에 분당 주민중 일부는 가격이 저렴한 인근 오포 빌라촌으로 이사하는 등 ‘분당 엑소더스‘도 뚜렷하다.

▶명품 신도시에서 반값 구도시로=분당 정자동은 한때 고려청자의 고품격 이미지에 빗대 ’청자동’으로 불렸다. 2004년 이후 들어선 고층 주상복합단지와 대기업 사옥 등이 부동산 폭등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정반대다. 정자동 주상복합 등 고층단지 시세는 최고점 대비 40~50% 안팎까지 떨어지면서 분당을 반값 구도시로 만들었다.

스타파크 155.91㎡의 가격은 5년전에 비해 거의 반토막났다. 정자동 A공인 관계자는 “고층단지가 들어서던 곳이나 한때 ‘청자동’이었을뿐, 90년대 지어진 정자동 아파트 대부분은 그만한 대접을 받지 못했다”며 “청자동이든 정자동이든 매매거래가 거의 없기 때문에 시세 매기는 것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인근 서현동도 별반 차이가 없다. 서현동 인근 C공인관계자도 “언론에서 분당전체 아파트값이 반토막났다고 보도한 뒤 다른 지역까지 덩달아 거래가 중단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9일 현재 서현동 시범한양 49㎡의 매매가는 10.4% 하락한 2억∼2억3000만원 선이다. 하락폭이 크지 않지만 매수자가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

분당엔 20년 넘긴 아파트들이 많은 것도 ‘신도시 프리미엄’을 깎아내린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1991년에 건축된 서현동 시범단지 가구수는 7769가구로 전체의 64%를 차지한다. 나머지도 대부분 1994년 이전에 지어진 아파트다.

이같은 이유와 부동산 불황이 겹치면서 분당에선 주택거래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매도자는 매매가격이 절반 수준으로 하락하며 실망 매물을 거둬들인 반면 매수자는 추가 하락을 기대하면서 관망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오포 빌라촌 찾아 분당 엑소더스=전세나 월세로 살고 있는 분당 세입자들은 ‘낡고 비싼 집에서 살 바엔 새 집으로 옮기겠다’며 분당과 같은 생활권인 오포 일대의 빌라나 투룸 등을 알아보는 경우도 있다. 분당 주민들이 분당을 떠나는 분당 엑소더스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전셋값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일부 지역에선 전셋값이 저점대비 100% 넘게 올랐다. 상록우성아파트 89㎡는 전세가격이 2억9000만∼3억2000만원으로 예전에 비해 126% 상승했다. 이처럼 전셋값이 크게 올랐지만 물량이 적은 데다 재계약을 앞둔 주택들이 많아 전세가 강세는 당분간 지속될 공산이 크다는 게 부동산업계의 중론이다.

야탑동에 전세 7000만원짜리 원룸에 살고 있는 김미정(가명ㆍ여) 씨는 넓은 집으로 이사하기 위해 인근 빌라와 아파트를 둘러봤지만 마음에 드는 곳을 찾지 못했다. 아파트나 빌라로 옮기려면 당연히 전세금을 더 얹어줘야 하는데, 모두 20년 가까이 된 낡은 집들이 대부분이어서 썩 내키지 않은 탓이다.

그는 “건축된지 18년이 된 빌라에 2억원을 주고 전세로 들어가느니, 같은 돈으로 신축된지 2년 미만인 오포 투룸으로 이사하는 것을 생각중이다”고 말했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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