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10ㆍ30 재보권 선거에서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의 화성갑 공천 움직임을 놓고 내홍이 확산되고 있다. 친박계는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인 서 전 대표의 공천 기류에 꿀먹은 벙어리처럼 분위기만 살피고 있고, 초재선급 소장파 의원들은 “정치쇄신에 역행하는 행위”라며 들고 일어났다.

박민식, 이장우, 김성태, 조해진 의원 등은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를 공천하려는 움직임에 집단 반발하고 나섰다. 청와대의 의중이 반영됐다고 알려진 사안에 여당 의원들이 반기를 들고 나선 것은 박근혜 대통령 취임 후 처음이다.

대선 때 국회 정치쇄신특별위원회 소속이었던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은 2일 라디오에서 “우리가 지난 총ㆍ대선 거치면서 수없이 한 약속 중 가장 핵심적인 약속 하나만 꼽으라고 한다면, 정치쇄신이다. 정치쇄신은 바로 공천개혁”이라며 “투명한 공천이 잘 안되면 (정치쇄신은)다 도루묵”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 전 대표를 겨냥해 “비리 전력자 혹은 형이 확정된 사람은 공천에서 아예 배제하는게 원칙이다. 근데 정치적인 힘이 강한 사람한테 오락가락 한다면, 국민들 상식을 정면으로 배신하는 것”이라며 “개인의 한풀이나 명예회복을 위한 자리가 아니다. 당 후보 발탁하는 그 과정은 당의 미래나 비전의 메시지를 담은 정치행위”라고 꼬집었다.

서 전 대표는 2002년 이른바 ‘차떼기’ 사건으로 형사처벌을 받고 2008년 총선에서 비례 공천 대가로 30억원을 받은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그동안 서청원 공천 기류에 쉬쉬하던 친박계 중심의 지도부는 입장이 난감해졌다. 6선(選) 대선배의 공천에 대놓고 반대하기도, 그렇다고 뇌물수수로 실형선고를 받은 그를 옹호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당 공천심사위원회도 1일 서 전 대표의 공천을 확정할 계획이었으나, 당내 반발이 거세게 일자 발표를 유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비공개 원내대책회의에서 김성태 의원 등이 “서청원 전 대표를 공천하면, 민주당의 (손학규 상임고문) 후보와 겨뤄 이길 수 있겠느냐”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하자, 홍문종 사무총장이 “큰 인물을 내세우면 구도가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공천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맞서는 등 격론이 펼쳐졌다. 회의에 참석한 한 당직자는 “반대 목소리가 생각보다 커서 쉽게 결론이 날 것 같지 않다. 공천 확정까진 시간이 좀 걸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슬그머니 친박계 좌장이었던 홍사덕 전 의원이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의 새 대표상임의장으로 내정된 것도 일종의 신호다. 박심(朴心)을 품은 올드보이들이 속속 정계에 복귀하고 있는 것이다. 그 또한 지난해 9월 불법정치자금 수수로, 잠시 정계로부터 떨어져있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 최측근인 홍 전 의원의 정계복귀 신호 아니겠느냐”면서 “(뇌물수수 등으로)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한 올드보이들의 귀환이 당내 내홍을 격화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민선 기자 bonjo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