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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통의 계절, 고통의 계절... 극한 정챙에 기업인 공무원 ‘국감 샌드위치’
다시 ‘호통’의 계절이다. 장ㆍ차관, 공기업 사장이야 어쩔 수 없다손 치더라도, 민간기업의 최고경영자들까지 국회의원의 호통을 들어야하는 게 오늘날 대한민국 국정감사의 관례가 됐다. 민생을 외치는 새누리당도, 을(乙) 살리겠다는 민주당도, 총수와 기업인에 호통치려고 앞을 다툰다.

특히 여야간, 야당과 청와대간 극한 정쟁이 벌어지면서 기업과 공무원들은 ‘국정감사 샌드위치’ 신세로 뭇매를 맞아야할 판이다. 선명성경쟁으로 인해 불똥이 엉뚱하게 튈 공산이 크다.

국회는 2일 정무위원회를 시작으로,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교육문화체육관관위원회 등이 차례로 국감 증인 채택을 위한 여야 간사 협의에 들어갔다. 올 해도 핵심은 경제관련 상임위다.

먼저 공정거래위원회를 담당하는 정무위는 논의 전부터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칼을 갈고 있다. 대리점주와 본사 간 갈등이 심했던 남양유업과 배상면주가, 방문판매원과 관계가 도마에 올랐던 아모레퍼시픽 등이 유력 후보다. ‘국정’이 아닌 ‘경영’ 문제지만, ‘사회정의 확립’으로 길을 텄다.

특히 올 해는 불러내기 어려웠던 대기업 총수들까지 호통 칠 수 있는 기회다. 당장 계열사들이 무차별적인 기업어음(CP) 발행에 법정관리 신청으로 개인 투자자들이 피해를 키운 동양그룹 현재현 회장은 ‘0순위’다. CP, 회사채 불완전 판매 등이 집중적인 추긍 대상이다. 국정감사를 코 앞에두고 터진 동양사태는 따끈따끈한 이슈다. 민주당 김영주 정무위 간사는 “동양 CP를 구매한 4만여명의 투자자들의 피해가 크다. 국감에서 반드시 짚을 부분”이라고 말했다.

‘여소야대’ 상임위인 국회환경노동위원회에선 두차례 불산유출 사고를 냈던 삼성전자와 여수 공장 폭발 사고로 사상자가 발생한 대림산업도 도마에 오른다. 은수미 민주당 의원은 삼성전자서비스의 위장도급 문제도 집중 제기할 태세다. 12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와 관련, 옥시·홈플러스 경영진 등도 증인으로 거론된다.

4대강 사업과 관련 수자원 공사와 사업을 수주했던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의 전현직 임원)들도 대거 증인으로 채택될 공산이 크다. 최근 검찰은 4대강 사업을 수주하면서 담합을 벌인 혐의로 건설업체 11곳의 전현직 임원 22명을 기소했다. 민주당은 조성된 비자금의 사용처 등을 밝히라며 이들을 추궁할 가능성이 높다. 전 정부를 성토하는 호통을 민간기업이 감당해야하는 셈이다.

재계는 그저 속만 탈 뿐이다. 이미 한화, SK, CJ에 이어 효성까지 검찰의 칼날이 닿았다. 또 올 해부터는 국감 증인으로 신청되면 이를 피하기도 어렵다. 최근 정치권에서 증인 불출석 처벌 수위를 높이자는 논의가 한창이고, 법원은 이미 국감 불참 증인에 실형을 선고하고 있다.

기초연금을 둘러싼 정쟁에 시달리고 있는 보건복지부, 박근혜정부 출범후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한 미래창조과학부 공무원들도 무방비 상태로 의원들의 처분만 기다리고 있다.

대기업의 한 대관업무 관계자는 “공장 한 곳에서 발생한 사고를 이유로 회장을 불러낸다 해도 마땅히 피해갈 방법이 없다”며 “잘못한 데 대한 지적이야 달게 받아야겠지만, 정치권이 기업경영에까지 간여하려 한다면 과연 투자할 의욕이 생기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최정호ㆍ홍석희 기자/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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