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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시민의식 실종, 난장판 된 불꽃축제
지난 주말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일원에서 열린 ‘2013 세계불꽃축제’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찬사가 걸맞은 장관을 연출했다. 가을 밤하늘을 수놓은 색색 불꽃의 향연은 지켜보는 이들을 황홀경으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100만 인파가 운집할 정도로 관심도 대단했다. 시민들은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아침부터 공원 곳곳에는 텐트를 쳤고, 선상 관람을 위한 유람선 매표행렬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불꽃놀이를 잘볼 수 있는 식당과 카페도 초만원이었다. 행사장 인근 주민들은 관람객들이 아파트까지 몰려들지 않을까 걱정할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화려한 축제의 뒷모습은 한마디로 난장판이었다. 온통 먹다 버린 음식과 음료수, 휴지와 쓰레기, 담배꽁초가 여의도를 뒤덮다시피 했다. 150여명의 환경미화원이 급하게 우선 수거한 쓰레기만 30t 가까이 됐다고 한다. 널브러진 쓰레기와 환자를 수송하기 위해 달려온 구급차를 보면서 “불꽃축제가 아니라 전쟁터 같았다”는 한 관람객의 증언은 하나 틀릴 게 없다. 이날 축제 현장에서는 사람에 치여 부상을 당한 노인, 다리가 부러진 외국인 등 30여명이 다쳐 구급차 신세를 졌다. 주변 올림픽대로와 강북대로도 마찬가지였다. 불꽃 구경하는 불법 주차 차량과 인파로 아예 도로 기능을 잃었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시민의식 수준이 이런 정도라니 부끄러울 뿐이다.

이번 행사만이 아니다. 인파가 모이는 곳은 무질서와 쓰레기가 난무하기 일쑤다. 여름 휴가철 유명 해수욕장 백사장은 소주병과 음식찌꺼기, 휴지와 각종 오물로 몸살을 앓는다. 야구장이나 축구장도 큰 경기가 열리고 나면 어김없이 쓰레기 전쟁이다. 당장 나만 편하면 그만이지, 다른 사람의 불편을 전혀 생각하는 배려심이 절대 부족한 탓이다. 오죽하면 불꽃축제 현장의 한 외국인이 “불꽃은 최고 수준이지만 시민의식은 형편없었다”고 꼬집었겠는가. 부끄러울 뿐이다.

매년 불꽃축제 때마다 비슷한 지적이 쏟아지지만 달라진 것은 하나 없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행사를 하지 않는 게 낫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세계적 행사라고 자찬하면서 3류 시민의식으로 서울 이미지 먹칠만 한다면 그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불꽃축제가 더 밝고 화려한 빛을 내려면 무엇보다 시민들이 잃어버린 양심을 회복해야 한다. 세계 10위권 경제력을 갖추고도 선진국 문턱을 확실히 넘지 못하는 것은 부족한 시민의식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교통과 안전, 질서 유지를 위한 관계당국의 더욱 세심한 대응 전략도 절대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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