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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甲축에도 못 끼는 대우조선의 막장 甲질
경남 거제시에 있는 대우조선해양(주) 임직원들의 납품비리 행태는 혀를 내두를 정도로 역겹기 짝이 없다. 검찰이 밝혀 낸 그들의 비리는 하나같이 우리 사회, 특히 비즈니스 영역에서의 ‘갑과 을’이란 힘의 불균형이 어떤 것인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한마디로 치졸의 극치다.

이 회사 A 상무는 자신이 사놓은 2층 주택을 하청업체 직원숙소로 쓸 것을 강요하고 주변 시세 2배인 월세 400만원을 꼬박꼬박 받아 내는 등 8300만원을 수수한 혐의다. B 전문위원은 아들이 수능을 친다며 두 돈쭝 순금 행운의 열쇠(47만원)를 받아 낸 데 이어 부인이 ‘김연아 목걸이’를 좋아 한다며 구해오라는 등 1억7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낚아 채 듯했다. C 차장은 현금은 차명계좌가 제격이라며 무려 11억9500만원을 수수했는가 하면, D 대리는 수사 중에도 상납을 강요하며 2억6000만원을 갈취했다. 해외여행 때 공항마중까지 강요하는 등 하청업자들을 종 부리 듯했고, 과거 납품비리로 처벌받은 임직원도 잠잠해지면 슬그머니 복직시키는 파렴치한 작태까지 서슴지 않았다.

납품비리의 막장에서 아래 위 구분 없이 난장질을 해 댄 이 기업의 정체는 뭔가. IMF 외환위기 여파로 1999년 대우그룹 워크아웃 당시 대우중공업 조선부문에서 분리 설립됐고, 2001년 국민혈세인 공적자금 2조9000억원이 투입되면서 겨우 회생한 회사다. 지금 산업은행과 금융위원회, 국민연금공단이 지분 56.7%를 보유하고 있어 국민이 주인인 셈이다. 갑축에도 끼지 못하는 주제에 온갖 갑질을 해댄 또 하나의 뚜렷한 사례가 아닐 수 없다.

포스코의 ‘라면상무’, 프라임베이커리의 ‘장지갑 손찌검’ 회장, 블랙야크의 ‘신문말이 타박’ 회장 등 ‘내가 누군데’식의 오만한 갑 시리즈도 모자라 자사 대리점에 대한 불공정 거래 파문 역시 끊이질 않고 있다. 남양유업에 이어 이번에는 아모레퍼시픽이 대리점을 깔아뭉개는 불공정 거래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일이 터지면 그제야 고개 숙여 눈물 흘리고 사죄한답시고 허리 꺾고 무릎 꿇지만 상황종료 후면 그것으로 끝이란 것이 거듭 확인되고 있다.

갑의 횡포라는 퇴적물이 우리 사회 곳곳에 켜켜이 쌓여 있다는 방증이다. 차제에 국민이 위임한 경영진, 특히 금융위원회와 산업은행 등이 관리감독에 얼마나 소홀했는지도 엄격히 따지기 바란다. 이런 유형의 기업이 35억원의 납품비리를 저지른 대우조선해양 하나로 끝일까. 검찰의 수사 확대가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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