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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구태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하는 國監
국회 국정감사가 정쟁의 소용돌이에 점점 더 휘말려 들고 있다. 사안마다 티격태격하다 정기국회를 한 달이나 늦게 시작하더니 국감장으로까지 사사건건 부딪치며 그 못된 습성을 이어가고 있다. 여야 모두 민생을 챙기겠다던 애초의 다짐은 헌신짝처럼 던져버리고 대신 벼르고 별렀다는 듯이 정치적 현안을 풀어놓기에 바쁘다.

국감은 여야를 떠나 입법부 입장에서 행정부를 감찰하는 제도다. 행정부가 나라 살림살이를 제대로 하는지 국민을 대신해 엄격하게 견제하고 관리ㆍ감독하는 중차대한 정치무대가 곧 국감장인 것이다. 이런 국감의 본질과 취지를 저버리고 생뚱맞게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방을 펼치고, 국정원 대선 댓글 의혹을 물고 늘어지느라 눈 코 뜰 겨를이 없어 보인다. 해묵은 대선공약을 놓고 여당은 보호본능에 빠져있고, 야당은 티끌이라도 끌어내 헐뜯으려 몸부림친다. 마치 대선 연장전이라 착각할 정도로 고리타분한 당리당략과 진영논리에 매몰된 결과다.

크든 작든 정부 정책은 예외없이 민생과 직결돼 있다. 국민을 바라보고 정책적 잘잘못을 따져 잘못된 것은 더 늦기 전에 바로잡고, 잘된 것은 더 적극 지원해야 마땅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다. 차라리 정쟁보다도 더 심각한 것이라면 국감의 질적 퇴보다. 불합리한 힘의 논리가 그 핵심이다. 금배지는 오로지 무소불위의 갑(甲)이고 피감기관은 모조리 을(乙)이나 졸(卒)로 보는 자체가 잘못인 것이다. 피감기관은 물론 증인까지 피의자 취급하며 고함치고 윽박지르고 으름장 놓고 모욕 주기에 바쁘다. 물론 20일 동안 628개 기관을 감사하는 것 자체가 무리인 것은 사실이다. 부실감사를 제도화한 셈이다. 무분별한 증인채택이 늘 문제를 더 키운다. 국감 이틀째인 15일에만 해도 정무위에 기업인들이 증인으로 수십 명이나 불려나왔지만 왜 나왔는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본질과 동떨어진 질문 하나에 짤막한 답변 하나하기 위해 국회의원도 증인도 한나절 이상을 허비하는 비생산적인 광경이 다음달 2일까지 이어진다니 아찔하다.

게다가 국감장에는 최소한의 예의범절을 찾아보기 어렵다. 현직 경찰청장이 “아는 게 뭔데 이 자리에 앉아있나” “그렇게 자리에 연연하고 싶나. 똑바로 답변하라”는 공박을 당하는 것은 한 예일 뿐이다. 올해로 25년째인 국정감사지만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국감이 국감다우려면 의원 개개인부터 품행을 제대로 갖추고 볼 일이다. 국감 무용론이 두렵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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