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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흔적 찾기도 어려운 대탕평 인사약속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후보시절 줄곧 강조한 게 ‘대탕평’이다. 지난해 10월 광주전남 선대위 발족식에서는 “모든 공직에 대탕평 인사를 할 것이며, 특정 지역이 아닌 100%의 대한민국 정부가 될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당선 일성 역시 “과거 반세기 동안 극한 분열과 갈등을 빚어온 역사의 고리를 화해와 대탕평책으로 끊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인사를 보면 적어도 박 대통령이 강조했던 대탕평과는 너무 거리가 멀다. 지난 주말과 휴일에 전격 단행된 인사만 해도 그렇다. 이른바 부산 경남(PK) 인맥의 약진이 너무 두드러진다. 김진태 검찰 총장 후보자,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는 경남 사천과 마산 출신이다. 이미 정홍원 국무총리, 양승태 대법원장,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등 PK 인사들이 핵심 요직에 포진한 상황이 아닌가. 게다가 김기춘 비서실장 역시 경남 거제 출신이다. 단순한 우연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어색한 모양새다. 이러니 민주당이 아니어도 특정 법조인 중용과 지역 편중 논란을 제기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번 인사만이 아니다. 지난 8월 비서진이 개편되면서 청와대는 사실상 영남 일색이 됐다. 그러다 보니 영남 외 지역 출신들의 소외는 상대적으로 더 깊어졌다. 특히 박 대통령이 후보시절 대탕평을 강조했던 호남지역의 경우 중용된 인사는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그나마 호남과 연줄이 있는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석연찮게 중도 낙마했다.

특정 학맥 편중도 과도할 정도다. 이번에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문형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이 내정됐다. 국책 연구기관 출신이 장관직 수행에 결격사유가 되는 건 아니지만 그 수가 너무 많다는 것이 문제다. 전문성보다 정무적 판단과 조직 통솔력이 더 요구되는 게 장관 자리이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KDI 원장을 지낸 현오석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농촌경제연구원장을 거친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 연구기관 출신들이 이미 대거 포진하고 있다.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원만하지 못한 인사는 결국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으로 남는다. ‘코드 인사’로 대변되는 노무현정부, ‘고소영, 강부자’ 인사로 낙인이 찍힌 이명박정부가 정치적으로 얼마나 큰 어려움을 겪었는지 박 대통령도 잘 알 것이다. 박근혜정부는 아직 출범 1년도 지나지 않았다. 갈 길이 먼 만큼 지금이라도 초심을 되찾아야 한다. 더 옆길로 흘러가면 돌이키기 힘들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지나친 향수도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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