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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의료계 원격진료 ‘투쟁’은 시대착오적
원격 진료 허용을 사이에 두고 정부와 의료계가 충돌 일보 직전이다.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이 30일 정부와 면담을 마친 뒤 ‘전면 투쟁’을 선언한 것이다. 투쟁의 강도도 높을 듯하다. 노 회장은 ‘정부와의 시각차’가 확인된 만큼 파업도 불사한다고 분명하게 밝혔다. 반면 정부는 예정대로 법안을 밀고 나가겠다는 방침이 확고하다. 입법예고 전에 의료계와 만나 원격진료의 불가피성을 설명했고, 더 미룰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정부와 의료계 간 힘겨루기로 의료공백 등 국민들만 피해를 보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진료는 의사가 환자의 얼굴을 마주보면서 병세에 대한 설명을 듣고(問診), 환부를 만져보고(觸診), 소리를 듣고(聽診) 그 결과를 토대로 진단과 처방을 내리는 게 정도다. 그런 점에서 원격 진료가 시행되면 “의료의 본질이 훼손된다”는 의료계의 지적도 맞는 말이기는 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원격진료가 절실한 경우가 많다. 도서와 벽지, 전방 부대 등 전문 의료인력이 절대 부족한 특수지역에서 환자가 발생하면 수시간 동안 병원을 찾아 헤매는 일이 지금도 비일비재하다. 이들에게 원격진료는 구세주나 다름없다. 실제 경북 양양군에서 원격진료를 시범실시한 결과, 무려 84%의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고 한다.

이번에 입법예고한 것처럼 원격진료는 의학적으로 위험하지는 않지만 장기 진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들에게도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정신질환자,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자 등은 굳이 병원을 찾지 않아도 정확한 데이터를 제공하고, 화상 면담으로 진료와 처방이 가능하다. 따지고 보면 이런 부류의 환자들은 오프라인으로 대면진료를 받아도 온라인으로 할 때와 다를 게 하나 없다. 의사는 그저 데이터만 한 번 훑어보고 “특별한 게 있냐”는 질문 한마디면 진료 끝이다. 1분도 걸리지 않을 때도 있다. 환자가 투자하는 시간과 비용에 비해 진료 효율성을 극히 떨어진다. 이런 정도라면 원격진료로도 충분하다. 더욱이 세계 최고의 정보기술(IT) 수준을 자랑하는 우리로선 한결 유리한 입장이 아닌가.

물론 오진 가능성 등 원격진료의 문제는 적지 않다. 또 일부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현상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그러나 이런 점들은 시행 과정에서 얼마든지 보완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의료계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의료 시스템을 다양화하면 수요자인 국민과 공급자인 의료계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 정부와 의료계가 더 진지하게 고민하고 협의해 상생의 방안을 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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