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사설> 기대 못 미친 박 대통령 국회 시정연설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오전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했지만 경색정국 해소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지적이다. 박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은 취임 후 처음이며, 노태우ㆍ노무현ㆍ이명박 전 대통령에 이어 네 번째로, 박 대통령 스스로도 대선 때 국회를 존중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자주했고, 당선되면 시정연설을 반드시 하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더구나 연설문에 각별히 공들인 만큼 대치정국을 푸는데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국가기관 대선 개입 의혹이나 야당이 요구하는 ‘원샷특검’, 국정원 개혁 등 쟁점현안에 대해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했다는 점에서 다소 실망스럽다.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의 우선 목적은 정부가 짠 내년도 예산안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원만한 처리를 국회에 당부하기 위함이다. 아울러 국회에 계류 중인 민생 및 경제 살리기 관련 법안 처리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야당의 협조를 구하는 귀중한 기회다. 하지만 청와대는 일방통행을 고집하다시피 했고, 여야는 극도의 정치력 부재를 드러내고 말았다. 정치복원은커녕 되레 대립각만 더 세우고 만 셈이다.

누가 봐도 작금의 정치행태는 국민에 대한 철저한 직무유기나 다르지 않다. 명색이 제1야당인 민주당은 걸핏하면 정기국회 일정을 거부하고,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이런 야당을 비난하며 대척점에서 한 발짝도 양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처럼 부질없는 정쟁에 정기국회가 볼모로 잡힌 것은 보기 드문 정치적 수치가 아닐 수 없다.

2012년도 결산안은 지난 8월 말까지 처리했어야 하지만 여태 미루고 있다. 때문에 내년도 예산안 처리는 그만큼 늦장 처리가 될 수밖에 없다. 헌법에 규정된 새해 예산안 처리 시한은 고작 2주일밖에 남지 않았다. 그런데도 예결특위는 예산안에 손대 제대로 못 대고 있다. 이대로라면 기한 내 처리는커녕 대치정국의 후유증이 그 어느 때보다 크기에 예산안의 원만한 협의처리는 그야말로 난망이다. 정치쟁점과 예산안 연계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결국 막판 졸속처리는 부작용만 키운다. 쪽지예산, 끼워 넣기 예산이 횡행하는 등 편법예산이 다시 도질 것은 뻔하다.

참으로 걱정스러운 것은 사상 초유의 준(準)예산을 짜는 일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새해 예산이 발목 잡혀 전년에 준해 최소한의 경비를 조달해 쓰는 임시방편식 국가운영은 한마디로 나라 망신이다. 정치복원에 대통령이 더 나서고, 국회는 예산안이라도 제때 처리하기 바란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