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사설> 품격 잃은 정치 민낯, 언제까지 봐야 하나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후유증이 심각하다. 새해 예산안에 대해 국회의 협조를 당부하고 여야 상생의 정치를 간곡히 주문했지만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진다. 김한길 대표는 “희망의 빛을 보지 못했다. 말씀은 많았지만 정답은 없었다. 미지근한 물로 밥을 지을 수 없다”며 연설 의미를 깎아내리고 곧바로 강경투쟁을 선언했다. 결국 장외에서는 몸싸움이 벌어지는 등 험악하고 추한 일이 터지고 말았다.

대통령이 의사당을 떠난 직후 민주당 의원 100여명이 박근혜정부 규탄대회를 열기 위해 본관 앞 계단 밑으로 몰려가는 상황에서 이 당의 강기정 의원이 그 자리에 남아있던 청와대 경호버스를 발로 찬 게 발단이 됐다. 버스 운전 담당인 청와대 파견 경찰관이 강 의원의 목 주변을 잡아채며 따졌고, 이에 강 의원이 뒷머리로 경찰관의 얼굴을 치면서 피를 흘리는 일까지 벌어졌다는 것이다. 이후 양측이 서로에게 잘못을 떠넘기는 모습은 보기에도 흉측하다. 우리 정치의 수준이 어떠한지를 한눈에 보게 한다.

이로써 대통령이 본 회의장 입장 때 기립해 갖췄던 민주당의 예도 희색됐다. 물론 민주당 사정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박 대통령이 연설에서 “최근 야당이 제기하고 있는 여러 문제를 포함해 무엇이든 국회에서 여야가 충분히 논의해 합의점을 찾아주신다면 존중하고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지만 민주당으로선 성에 차지 않을 것이다. 특히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일괄특검 수용, 국정원 개혁을 위한 특위구성 등 쟁점사안까지 포함하겠다지만 워낙 팽팽히 맞선 사안이라 과연 합의가 도출될 것이냐는 현실적인 문제가 남는다. 애초부터 여야 간에 합의 실현이 불가능한 사안을 넣은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그렇다고 문제를 순리로 풀기보다 현역의원이 분풀이 하듯 욕설과 발길질을 이어가는 한 국회 위상은 더 땅바닥에 고꾸라지고 만다. 더욱이 상생은 기대조차하기 어렵다. 아쉽긴 하지만 박 대통령의 이날 언급은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결과에 따라 문제가 있으면 그 책임을 엄중히 묻겠다는 종전 입장보다는 다소 유연해진 것은 사실이다.

민주당은 만족할 만한 선물이 없었다며 크게 실망하기 전에 상대를 이해하고 대화로 물꼬를 트는 노력을 조금이라도 보이라는 주문이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여야는 양단간에 결딴을 내야 한다. 합의를 도출할 것인지, 정쟁의 고리를 계속 이어갈 것인지 선택해야 할 것이다. 품격 잃은 정치 민낯을 보는 것도 이제는 정말 지겹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