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읽기 - 문호진> 오디션장에 선 삼성 이재용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올해 아시아에서 주목해야 할 인물 가운데 하나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꼽았다. WSJ는 이 부회장에 대해 “삼성전자의 후계자로 올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삼성이 정상을 지키도록 하는 임무를 맡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필자는 이 기사를 접하고 엉뚱한 상상을 해 본다. 가수 박진영은 이재용을 어떻게 평가할까. WSJ처럼 높은 평가를 내릴까. 세계인들은 한국하면 삼성, 북한, K-팝, 서울, 전쟁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새해 한류를 이끌 두 주인공이 오디션장에서 만난다는 가상이다.

연예기획사 JYP엔터테인먼트 대표이기도 한 박진영은 요즘 오디션 프로그램 심사위원으로 명성이 더 높다. ‘공기 반 소리 반’ 등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곧 어록이 된다. 오디션장은 가수 지망생들의 놀라운 재능도 감동적이지만, 박진영의 촌철살인 심사평에 무릎을 치며 공감하는 것 또한 큰 즐거움이다.

박진영이 오디션장에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솔(soul)’이다. 솔은 연습으로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 타고난 재능이다. 박진영은 같은 곡이라도 자신만의 해석과 목소리로 불러 감동을 주는 참가자에게 ‘솔풀(soulful)’하다는 표현을 한다.

음악적 솔을 기업에 적용하면 기업가정신쯤 될 듯싶다. 이재용은 ‘일제강점기와 6ㆍ25전쟁을 관통하며 ‘대한민국 1등 삼성’의 초석을 다진 이병철 회장을 조부로, 삼성을 세계무대에서 뛰는 초일류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시킨 이건희 회장을 부친으로 뒀다. ‘타고난 DNA’에서 나오는 솔풀한 목소리에 박진영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박진영은 가창력을 평가할 때 물 흐르듯 뿜어져 나오는 고음처리를 눈여겨본다. 삼성전자를 이끌고 있는 이재용은 지난해 연간 228조4200억원의 매출에 36조7700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다만 분기당 영업이익 10조원대의 안정적 고음을 내다가 마지막 4분기에 8조원대로 살짝 ‘삑사리’가 난 걸 박진영은 예리하게 꼬집으며 길게 이어지는 안정적 호흡을 주문했다.

박진영은 신예들에게 기존 가수들을 모방하지 말고 자신만의 독창성을 보여 달라고 강조한다. 삼성가에서 경영수업을 받아온 이재용은 그동안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창법과 발성을 많이 따라했다. 또 휴대전화 사업을 할 때는 노키아, 애플 등을 흉내 내기 바빴다. 이재용의 노래를 들은 후 박진영은 “자신만의 창법으로 부를 줄 알아야 ‘후광’에서 벗어나 인정받을 수 있다”고 일침을 놓았다. 그러면서 웨어러블 기기, 의료, 바이오 등을 선곡하면 청중들에게 새로운 감동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박진영은 발성과 호흡에서 몸에 밴 나쁜 습성을 치열한 노력으로 극복한 참가자를 높이 평가한다. 박진영이 이건희의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신경영 음반에 수록)를 절창이라고 칭송하는 이유다. 이재용도 박진영의 지적을 거울삼아 창조경영 음반을 내고 ‘명품의 품격’을 타이틀 곡으로 세계무대로 뛰어들겠다는 각오다.

이제 박진영의 종합 심사 평가. “기업가정신 명문가의 솔에 안정적 가창력이 돋보인다. 막판까지 흔들림 없는 고음과 자신만의 독창성을 길러라. 그리고 부족한 점을 보완해줄 유능한 파트너를 찾는다면 세계무대를 평정하는 K-팝 스타로 성장할 것이다.”

문호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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