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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기업 쏠림’ 탓만 말고 경쟁 기업군 키워야
‘삼성ㆍ현대차 두 그룹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35%.’ 이 얼토당토않은 수치에 온 나라가 휘둘리고 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까지 “두 그룹의 경제력 집중도를 분석 중”이라며, 듣기에 따라선 우려 섞인 멘트를 내놓았다. 국내총생산(GDP)과 매출을 직접 비교하는 갖가지 통계적 오류가 가득한, 의도적으로 호도된 논리에 대한 우리 경제정책 총책임자의 대응이 너무 평면적이라 실망스럽다.

삼성은 글로벌 톱 기업인 GE의 이멜트 회장도 흠모해 마지않는 혁신기업이다. 이멜트 회장은 삼성의 엄청난 스피드 경영에 경이로움을 금치 못했다. 삼성의 남다른 승부근성을 부러워하며 경계했다. 올해 GE 글로벌리더십 미팅의 주제가 “삼성을 벤치마킹하라”였을 정도다. 현대자동차는 또 어떤가. 최근 수년 동안 현대ㆍ기아차와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경쟁력과 창의력에 놀랐다. 3세 경영도 걱정할 게 없겠더라”고 말했다. 세계 최고의 혁신기업 구글도 인정하는 경쟁력을 갖췄다는 얘기다.

이런 삼성과 현대차가 유독 국내에서만 폄하받고 있다. 두 그룹의 비중이 과하다고 해서 어디 두 그룹을 탓할 일인가. 이렇게 되도록 다른 대기업들은, 벤처 중소기업들은 무얼 했는가. 정부가 이들 그룹만 도와준 건 아닐 것이다. 시장 지배력이 과하다면, 과거 이동통신시장에서 SK텔레콤처럼 억지로 점유율을 끌어내리겠다는 것인가. 그 결과가 어떠했는가. 이런 게 바로 관치(官治)적 발상이다.

박근혜정부는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에서 우리 경제의 새 희망을 찾으려 한다. 옳다.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도록 더 육성하고 지원해야 한다. 잘 나가는 기업의 뒷다리를 잡을 일이 아니다. 대기업을 강제하고 구속하기보다 더 독려하고 더 벌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철저하게 세금을 물리면 된다.

지금 정부가 할 일은 경제력 집중이라 몰아세우기 전에, 이른 시일 내에 경쟁 기업군들을 적극 키우는 일이다. 삼성과 현대차도 재벌그룹에 대한 국민들의 정서를 십분 헤아려 더욱 투명 경영에 임하고 상생(相生)의 경영을 펼쳐야 한다. 지금 같은 고속 성장의 이면에는 정부의 각종 지원과 혜택이 있었음을 잊어서도 안 된다. 삼성ㆍ현대차 그룹의 덩치는 앞으로도 더 커질 것이다. 경제 비중이나 점유율도 계속 올라갈 것이다. 이것이 현실이다. 관료나 국민들도 ‘재벌 대 비(非)재벌’의 이분적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관치와 규제만 키울 뿐이다. 그래서는 우리 경제에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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