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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한시가 급한 체육단체 내부 혁신
지난해 5월 인천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던 40대 관장이 편파 판정을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있었다. 문화체육부가 발표한 체육단체 특별감사 결과를 보면 한 체육인을 죽음으로 몰고 간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조직 사유화를 비롯해 비상식적인 운영과 부정확한 회계관리, 심판 운영의 편파성 등 그 난맥상은 일반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대한공수도연맹은 조직 사유화의 전형이다. 아버지는 회장, 장녀는 부회장, 장남은 심판위원장, 처남은 국가대표 감독, 차남은 국가대표 코치를 나눠 맡았다니 기가 막힌다. 게다가 부회장은 대표 선수들의 개인통장을 관리하면서 1억4542만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시태권도협회 고위 임원은 2001년 승부조작 및 금품수수 혐의로 벌금 선고를 받고도 대한태권도협회 감사, 세계태권도연맹 이사, 국기원 이사로 버젓이 활동 중이다. 17개 시도 승마 및 수영협회는 혈연과 지연, 사제지간 등 지인 중심으로 구성된 이사회를 통해 회장을 선출하면서 장기 재직해 왔다. 대한유도협회는 임원 28명과 전문위원 19명의 과반수를 특정 대학 출신으로 채웠다. 이게 끝이 아니다. 씨름, 야구, 복싱 등 체육단체 곳곳에서 썩은 냄새가 진동한다.

체육계에 만연한 비리는 어제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동계올림픽 3관왕의 쇼트트랙 스타 안현수가 ‘빅토르 안’ 이름으로 러시아 국가대표로 뛰고 있는 것도 빙상연맹의 고질적 파벌 싸움에서 기인했다. 우리 체육계가 이 지경에 이른 데는 관리 감독에 소홀한 문화체육부의 책임이 크다. 차제에 과감한 개혁의 메스를 대야 한다. 당장 급한 건 지배구조 개선이다. 특정 학맥과 인사가 조직을 사유화하지 못하도록 임원진 구성과 회장 선임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 공정성 확보를 위한 스포츠공정위원회 설립도 서둘러야 한다. 아마추어와 프로를 망라해 비리나 불공정 관행에 대한 제보를 받고, 이에 대한 조사와 감사를 일상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심판 판정, 승부 조작은 물론 체육 관련 분쟁을 조정하는 스포츠중재재판소의 역할까지 해야 한다.

수사권이 없는 위원회가 체육계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냐는 우려도 있지만 국민적 지지가 가장 큰 힘이 될 것이다. 박근혜정부가 화두로 던진 ‘비정상의 정상화’가 가장 시급하게 적용돼야 할 곳이 체육관련 조직과 단체들이다. 각 체육단체는 정부와 국민의 쇄신 요구에 앞서 스스로 혁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페어플레이, 꿈과 희망이 없는 스포츠는 존재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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