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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2차 피해 핑계로 ‘비정상’ 규제 양산 안돼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또 다른 비정상적 규제를 낳고 있다. ‘일단 소나기는 피하자’는 생각에 현실감 제로(0)의 규제가 양산되고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의 규제만능식 처방이 자칫 기업들이 공들여 쌓아올린 산업 기반을 와해시킬 수 있다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암호화 솔루션 도입을 의무화하거나 고객 정보를 효과적으로 분산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찾지 못하고, 이런저런 규제로 실물 경제를 되레 나락으로 떨어뜨릴 판이다.

텔레마케팅(TM) 영업 제한은 대표적인 막무가내 규제다. 금융당국은 기존 상품의 갱신이나 재가입 등의 일부 영업을 제외하곤 금융사의 전화 영업을 전면 중단시켰다. 연간 1조5000억원 이상 팔리며 알짜 수익원 역할을 했던 카드슈랑스(카드+보험 연계상품)는 3월까지 못하게 했다. 홈쇼핑의 보험 전화영업도 27일부터 금지됐다. 오는 전화만 받을 뿐, 전화로 가입 권유는 불가능해졌다. 보험판매액의 절반을 이렇게 팔아온 홈쇼핑 업계로선 부글부글 끓을 일이다. 통제할 자신이 없으면 늘 규제부터 생각하는 무책임한 정부 때문에 기업들이 유탄을 맞고 있다.

온라인, 모바일을 통한 ‘비(非)대면 마케팅’은 이제 대세다. 그래서 기업들은 조직을 키우고 인력을 늘리며 공을 들여왔다. 그런데 이번 조치로 그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10만명에 이르는 TM 사업자와 그 종사자들은 자칫 일터에서 내몰릴 판이다. 대부업 대출광고 규제도 “우선 못하게 해놓고 보자” 식이다. 어렵게 키운 산업을 되레 억누르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부정하게 정보를 얻어 영업하는 사업자들은 처벌받아 마땅하지만 선의의 피해자를 가볍게 생각해선 안 된다.

보험 상품뿐 아니라 여타 비대면 마케팅을 통한 신규고객 영업도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제한적인 규제라고는 하지만 이번 조치로 카드 사용이나 텔레마케팅 영업이 위축되면 소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각광받던 ‘빅 데이터’ 산업도 주춤할 수밖에 없다. 정보 수집과 분석, 재가공을 통해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당초 취지가 무색하다. 유망산업이 싹도 트기 전에 매몰될 위기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의 최대 수혜자가 금융당국이라는 비아냥거림이 들린다. 사태 수습을 핑계로 규제를 잔뜩 만들어 권한만 늘렸다는 지적이다. 규제 없애겠다고 큰소리 쳐 놓고는, 수습할 자신이 없으니 ‘일단 잔말 말고 기다리라’는 성의 없는 태도는 안 된다. 2차 피해를 없애기 위한 조치라고 항변하겠지만, 지금 나타나고 있는 현상들이 진짜 2차 피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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