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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영업정지 철퇴에도 꿈쩍않는 휴대폰 시장
3개 이동통신 사업자에 대한 영업정지 조치가 13일부터 시작됐다. KT와 LG유플러스를 시작으로 5월 중순까지 회사당 45일씩 사실상 판매점 문을 닫게 됐다. 불법 보조금 남발로 혼탁해진 시장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사상 초유의 철퇴다. 이번이 이동통신 시장의 왜곡된 질서를 바로 잡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가 크다. 하지만 영업정지 첫날부터 이런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시장은 지금 아비규환이다.

대리점들은 ‘땡처리’에 혈안이 돼 있다. 영업정지되면 어차피 팔지 못 할 거라며 100만원 안팎의 고가 스마트폰을 온갖 보조금을 붙여 헐값에 미리 내다 팔았다. 영업정지 중이라도 파손ㆍ분실 휴대폰이나 24개월 이상 된 기기는 교체 가능하다는 허점을 이용해 뒷문으로 돈벌이 할 준비에 급하다. 불법을 막자고 제재하는데 또 다른 불법이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일부 대리점은 영업정지로 자신들만 피해를 덮어쓰게 됐다며 13일 집회에 이어 집단행동에 나설 태세다.

그런 와중에 미래창조과학부는 “제조사 망하게 생겼으니 영업정지 기간이라도 휴대폰을 사주라”며 이통사를 윽박지르고 있다. 특히 중소 제조업체의 단말기는 수요가 없더라도 미리 구매하라고 각별히 요청까지 했다. 이런 관치가 또 없다. 제재는 자기들이 해 놓고 엉뚱한 피해가 우려된다는 여론이 일자 슬그머니 빠지고 애꿎은 이통사 팔만 비트는 꼴이다.

정부 방침을 매번 무시한 이통사들은 상응한 벌을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이 때문에 시장이 붕괴되거나 예상 못한 선의의 피해자가 나와선 안 된다. 규제당국은 영업정지 카드를 ‘전가의 보도’마냥 툭하면 꺼내든다. 갈수록 약발은 떨어지고 편법이 기승을 부리고 결국 징벌 수위만 높아진다. 제대로 규제하려면 과징금 액수를 깜짝 놀랄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어길 때마다 과징금 액수를 2배, 3배로 높이는 식이다. 그런 점에서 미래부가 과징금 방식으로 전환하고 그 금액만큼 통신요금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키로 한 것은 늦었지만 환영할 일이다.

보조금은 휴대폰 업계의 계륵(鷄肋)이었다. 점유율을 끌어올려야 하는 제조업체와 통신사는 제 살 깎기를 해서라도 고객을 잡아야 했다. 시장의 파이를 키우려다 보니 정부도 눈감아 준 부분이 분명 있었다. 소비자들은 싸게 휴대폰을 장만할 수 있어 불법의 단맛을 누렸다. 그 사이 시장이 이 모양이 됐다. 곧 방통위 제재도 뒤따를 것이라 한다. 이번에도 달라지지 않으면 이 시장의 미래는 없다. 정부와 이통사, 제조사, 이용자 모두 시장의 실패에 큰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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