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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野 ‘기춘 포비아’…이유는?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김기춘은요?”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공동대표는 지난 22일 전격 발표된 청와대의 인선 결과를 들은 직후 이같이 반응했다. 청와대의 막후실력자, 유신 검사, 기춘 대군 등의 단어엔 야권이 김기춘 실장에 대해 가지는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요약하면 ‘기춘 포비아(공포증)’ 쯤 된다.

공포증에 가까운 야권의 김 실장에 대한 태도는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김 실장을 사석에선 ‘오빠’라 부르는 것으로 알려져서도, 그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법률비서관을 지내서도, 모든 장관들이 의자를 바짝 당겨 앉아 열심히 메모를 하는 회의시간에 유일하게 의자 등받이에 머리를 대고 편한 자세를 취할 수 있어서도 아니다. 야권은 지난 한 해를 관통하는 일련의 ‘공안사건’들에서 ‘기춘 향기’를 맡았다며 거북해 하고 있다.

야권은 박 대통령 집권 1년여를 두 시기로 분류한다. ‘기춘 이전’과 ‘기춘 이후’다. 김 실장의 청와대 입성은 소위 ‘저도 구상’에서 발단됐다. 저도는 지난 해 박 대통령이 휴가를 보낸 장소다. 박 대통령은 휴가 직후인 지난해 8월 초 김 실장을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발탁했다. 확실한 ‘위기 타개책’이었다. 당시엔 국가정보원이 2012년 대선에 개입해 선거가 부정하게 치러졌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었고, 검찰은 김용판-원세훈 두 인사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국정원을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정치권에선 공공연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7월 30일 경남 거제의 저도에서 여름 휴가를 즐기고 있는 모습을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했다. 박 대통령은 휴가를 마친 직후 김 실장을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전격 발탁했다. 이른바 ‘저도 구상’이다.

이같은 위기를 ‘공세’로 전환시킨 사건이 바로 8월 말 불거진,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이다. 좀처럼 수면위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국가정보원 직원들이 카메라 세례를 받으며 국회의원 회관실로 밀려들었다. 사제총을 만들고, 국가 주요 시설을 파괴하며, 북한이 전쟁을 벌일 경우 남한 내에서 호응하는 식으로 북한을 돕자는 모의를 했다는 내란음모 사건은 지난해 한여름을 관통했다. 지난 2012년 총선에서 통진당과 야권연대를 했던 야권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고, 20여년만에 등장한 무시무시한 죄목 ‘내란음모’ 사건에 전 국민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야권은 또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자 논란과 관련해서도 김 실장을 향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채 전 총장의 혼외자 확인에 국정원이 손발처럼 움직였고, 청와대 비서관 등이 개입됐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김기춘 배후설’엔 힘이 실렸다. 검찰은 최근 채 전 총장이 혼외자가 있다는 사실은 확인하면서도, 해당 사안을 보도한 언론과 청와대 직원들과 국정원 직원들에 대해선 처벌치 않았다.

새정치연합 김영록 원내수석부대표는 “김 실장 교체 없이는 인적쇄신이 아니다. 일련의 사건 뒤엔 ‘기춘 대군’이 있다고 보는 것은 야권의 일반적 시각”이라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측은 특히 새누리당 당대표, 총리 교체, 장관 교체 등의 인적쇄신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김 실장이 유임되면서 그의 힘이 더 강해질 것이란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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