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위크엔드] 조용한 지방선거…정치, 脫광장을 외치다
4년전 “정권심판” 떠들썩했던 지방선거…야권 후보들 광장정치로 세력결집도

세월호 여파…민심 거스르면 되레 역풍…새누리 율동 금지·새정치 노란리본 착용

피드백 적고 여론 못읽는 ‘광장의 한계’…선거앱 ‘손안의 상황실’ 신설로 소통 강화


새벽 3시 첫 버스 탑승→새벽 5시 노량진 수산시장 방문→오전 10시 정책발표회→낮 12시 한국노총 서울본부 노동조합 위원장단 간담회→오후 2시 엄마들의 모임 정책간담회→저녁 7시 박영숙 선생 추모행사.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가 출마를 선언한 다음날인 지난 16일 소화한 일정이다.

이날 같은 당인 김진표 경기지사 후보는 오전 9시 부천시장 시도위원정책회의에 참석했고, 송영길 인천시장 후보는 시민회관과 지하상가를 방문했다.

4년전 같은 시기 지방선거 수도권 야권 후보들의 행보를 보자. 2010년 5월 14일 민주당 한명숙 서울시장 후보, 국민참여당 유시민 경기지사 후보, 민주당 송영길 인천시장 후보는 여의도공원 ‘열린광장’에 모여 지방선거 공동승리를 다짐했다. 이들은 이날 ‘MB심판’, ‘친환경 무상급식’, ‘4대강 저지’ 등 굵직한 선거캠페인을 내걸으며 여론몰이에 나섰다.

이처럼 야권의 수도권 광역단체장 후보들의 일정만 봐도 이번 지방선거는 직전 선거와 사뭇 다르다. 지난 지방선거 때만 해도 야권 후보들은 ‘광장정치’로 결집하며 세력 다지기에 나섰지만, 이번에는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후보들은 각자 저마다의 민생 현장을 훑고, 각 지역의 안전대책을 점검하는 등 ‘개인플레이’에 전념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4년전 야권의 주 무대 중 한 곳이었던 광장은 사라졌다. 세월호 책임론 등 현 정부를 심판하려는 야권의 목소리는 여전히 높지만 이번 지방선거 들어 ‘광장’은 시들해지고, 각 분야 ‘현장’이 부각되는 모습이 뚜렷해지고 있다.

2010년 5월 14일 당시 민주당 시절 한명숙 서울시장 후보(가운데)가 송영길 인천시장 후보(좌), 국민참여당 유시민 경기지사 후보와 함께 여의도 열린광장에서‘ 정권심판론’을 주요 메시지로 내세웠다.

정치적 공간으로서 광장이 기피되는 가장 큰 이유는 세월호 여파 때문이다. 희생자에 대한 국민적 애도 분위기가 한 달 넘게 이어지면서 선거 운동을 최대한 차분하게 하는 ‘조용한 선거’가 주요 화두로 자리잡은 탓이다. 실제 새누리당 원희룡 제주지사 후보를 기점으로 새누리당 남경필 경기지사 후보, 새정치연합 이시종 충북지사 후보 등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잇따라 유세차와 로고송 없는 선거운동을 치르겠다고 공언했다. 새누리당은 모든 후보자들에게 율동 전면 금지 지침까지 내렸다. 새정치연합도 어깨띠와 점퍼, 현수막 등 소품에 모두 노란리본을 착용하도록 했고, 무리지어 이동하는 것도 금지키로 했다.

이에 따라 광장이란 전면 개방적인 공간에서 후보자를 드러내 놓고 홍보하는 전형적인 유세 현장은 이번 선거에서 민심을 거스를 수 있다는 경계론이 더욱 힘을 받게 됐다.

이와 함께 스마트 환경 보급으로 국민들은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 받는 일상에 익숙해져 있는데, 유독 정치가 이 같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점도 광장정치가 갖고 있는 한계로 꼽힌다.

조동원 새누리당 홍보기획본부장은 “국민들은 정치에 대해서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는데 정작 자신들의 의사를 (정당에) 전달하는 속도는 과거와 거의 똑같다는 점에서 정치의 역전이 나온다”며 “실시간으로 국민들의 민의를 담지 못하는 있는 상황에 근본적인 문제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결국 정당이 광장에서 대대적으로 정치활동을 할 경우 많은 국민들에게 메시지를 한번에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폭넓게 피드백을 받거나 정확한 여론을 파악하는 관점에서 광장정치에 대한 회의론도 나온다는 것이다. 

4년 후인 지난 16일 새정치연합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는 청년일자리허브 다목적홀에서 단독으로 정책발표 시간을 가졌다. 같은 당 김진표 경기지사 후보와 송영길 인천시장 후보도 각자의 일정을 소화했다.

그런 점에서 모바일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이 또 다른 가능성을 열어줄 ‘대안 광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새누리당은 국민이 휴대전화를 통해 당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서비스 ‘크레이지파티(크파)’를 최근 개설했다. 크파는 당원협의회 기능도 겸해 비례대표 의원 2명의 추천권도 행사할 수 있다. 새누리당은 크파를 통해 수렴된 여론을 반영해 정책을 만들고 매주 한 차례 운영위원회를 개초해 당 안팎 주요과제에 대한 토론도 진행할 예정이다.

새정치연합도 선거운동원과 지지자들이 쌍뱡향으로 소통할 수 있는 선거 전용 애플리케이션 ‘내 손안의 상황실’을 신설했다. 최원식 전략기획위원장은 “참여ㆍ공유ㆍ연대라는 가치 속에서 당원과 국민이 중심이 되는 네트워크를 구축해 지지자들과 상황실이 소통하는 공간으로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태일ㆍ이정아 기자/killpas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