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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밥의 감초 ‘우엉’...한국인의 밥상을 홀리다
[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초등학교 시절 소풍이나 운동회때 특별식으로 맛봤던 엄마표 김밥에 빠지지 않는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계란과 단무지, 시금치, 햄의 틈바구니에서 아삭아삭 씹히는 식감과 달달한 맛으로 김밥의 ‘화룡점정’ 노릇을 하던 녀석이 우엉이었죠. 처갓집 명절 밥상에도 우엉이 빠지지 않습니다. 장모님이 만들어주시는 꼬치에는 여느 꼬치와 달리 미끈한 우엉이 하나씩 달려 있는데, 기름과 고기의 느끼한 맛을 잡아주는 게 일품입니다.

■김치, 조림, 김밥...우리에게 익숙한 우엉의 세계

사실 우엉은 우리에게 김밥 소 재료로 친숙합니다.

우엉이 김밥에 들어가기 시작한 것은 대략 1980년대부터라고 합니다. 계란, 단무지, 시금치 정도가 전부였던 엄마표 김밥이 1980년대 들어 어느정도 살만해지면서 우엉이 들어가고, 여기에 햄까지 덧붙여지는 호사를 누렸습니다. 최근 한 줄에 4000~5000원 하는 프리미엄 김밥의 세계에선 우엉은 빠져서는 안될 웰빙 소 재료로 각광까지 받고 있다고 합니다. 우엉은 김치로도 유명하죠. 향기가 독특하고 씹히는 감촉이 유별난 우엉김치는 주로 경상도와 전라도에서 담궜는데 멸치젓을 많이 넣는게 특징입니다.

이 정도가 우리의 보통 상식선에서 기억되는 우엉의 세계입니다. 하지만 옛부터 우엉은 민간에서 피부질환 치료제로 널리 이용돼왔다고 합니다. 비듬이 심하고 머리가 가려울 때면 주 1회 정도 우엉잎을 찧어 두피에 바르고 잤다가 다음날 씻어냈다고 하죠. 또 습진이나 뾰루지엔 우엉 우린 물을 바르기도 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본초강목’엔 “우엉은 오장의 나쁜 기운을 제거하고 손발의 허약함을 고치며 중풍, 각기, 머리에 나는 종기, 가래를 치료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다이어트의 신세계를 열다

하지만 올해 우엉은 또 다른 신(新)세계를 열었습니다. 날씬해지고자 하는 현대인의 욕망 사이에서 ‘다이어트’의 최적임자라는 명성까지 얻었죠. 심지어 소셜커머스 쿠팡에 따르면 올 상반기 히트 상품 중 하나로 우엉차가 꼽혔을 정도입니다. 한 TV 프로그램에서 우엉차를 마시기만 했는데 3주만에 8㎏을 감량했다는 여성의 애기가 전파를 타면서 김밥 소 재료로나 알려져 있던 우엉이 최고의 다이어트 식재료로 명성이 바뀐 것이죠.

사실 우엉이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이유는 풍부한 섬유질 때문입니다. 우엉이 직접적으로 식욕을 조절하거나 대사를 활성화시키지는 않지만 풍부한 식이섬유가 간접적인 다이어트 효과를 내게 하는 것이죠. 국가표준식품성분표를 보면 우엉 100g에는 식이섬유가 4.1g이나 들어 있는데, 이는 왠만한 채소 저리가라 할 정도 풍부한 양이죠.

특히 우엉은 리그닌이라는 불용성 식이섬유가 들어 있는데, 이 리그닌이라는 물질이 장내 발암물질을 흡착해 체외로 배출하는 역할을 합니다. 우엉을 잘랐을 때 끈적거리는 성분이 바로 리그닌입니다. 풍부한 섬유소질과 리그닌이 배변을 촉진해 몸 속 독소를 빼주고, 몸을 청량하게 만들다 보니 우엉이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는 입소문을 탄거죠.

■우엉차를 마시면 20년 젊어진다?

유럽이 원산인 우엉은 사실 한국과 일본에서만 식용으로 먹는다고 합니다. 특히 일본에선 “우엉을 먹으면 늙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건강식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습니다.

‘1일 1식 식사법’의 창시자인 일본 유방암 전문의 나구모 요시노리(南雲吉則) 박사는 ‘20년 젊어지는 우엉차 건강법’이라는 책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젊어지는 생활 습관과 우엉차의 상승효과를 소개했는데요, 우연히 알게된 우엉차를 마셔보니 왠지 몸이 건강해지는 느낌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엉차의 성분을 조사해봤더니, 놀랍게도 인삼의 주성분인 사포닌을 비롯해 노화를 방지하는 성분이 많이 들어 있더랍니다. 50대 중반의 나구모 박사가 20~30대의 건강함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장의 무기가 좋은 생활 습관과 식습관, 우엉차 였던 셈이죠.

■우엉을 먹으면 피부가 깨끗해진다?

얼마전부터 우엉의 효능에 대한 다양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잘 알려진 효능 중 하나가 피부와 관련된 것들입니다. 우엉에는 떫은 맛을 내는 탄닌이라는 성분이 함유돼 있습니다. 이 탄닌이라는 성분은 염증을 없애주는 소염작용을 해 땀띠는 물론 아토피나 여드름, 습진 등의 피부질환에 좋다고 합니다. 민간요법에서 우엉을 피부질환 치료제로 이용했던 게 다 과학적인 이유가 있었던 셈이죠.

우엉에는 또 이눌린이라는 성분도 있습니다. 이눌린은 장에서 프락토올리고당으로 분해되며 장내 유익균을 활성화시켜 장 건강을 지켜줍니다. 만병의 근원인 장(腸)이 건강해지니 자연스레 피부도 깨끗해지는 거죠.

■당뇨병 환자 식단에 빠지지 않고 오르는 우엉

당뇨병 환자 식단에 빠지지 않고 오르는 것이 있는데요, 바로 우엉입니다. 우엉에 풍부하게 들어있는 이눌린은 다당류 물질의 하나로 식물체 내에선 녹말과 마찬가지로 에너지를 저장하는 구실을 합니다. 이게 체내로 유입되면 혈당을 낮춰주는 호르몬인 인슐린처럼 작용해 당뇨병을 개선해 준다고 합니다.

또 한가지 우엉이 발기부전 치료제에도 들어간다는 사실을 아시는 분들은 많지 않을 겁니다. 우엉에는 100g 당 481㎎의 아르기닌이 들어 있습니다. 아미노산인 아르기닌은 남성 원기의 대명사인 정액의 주요 성분입니다. 아르기닌은 인체의 면역체계를 좋게하며, 동맥을 확장시켜 혈액순환을 돕기 때문에 발기부전 치료제에 들어갑니다.

■우엉 껍질이 리얼 100% 영양소

우엉은 늦가을부터 초겨울이 가장 맛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엉의 진짜 영양소는 껍질에 있다는 사실은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우엉 껍질에는 항산화물질로 혈중 콜레스테롤과 지방을 제거해주고 노화의 원인인 활성산소를 없애주는 사포닌 성분이 들어있습니다. 또 우엉 껍질에 폴리페놀 성분도 가장 많기 때문에 우엉을 차로 마실때는 껍질 째 말려 우려 먹는게 좋습니다.

우엉차 만드는 방법도 비교적 간단합니다. 먼저 우엉을 흐르는 물에 잘 씻어서 가늘게 채 썬 후 볕이 드는 곳에서 한 나절 말립니다. 달군 팬에 말린 우엉을 넣고 타지않게 볶아줍니다. 이 때 기름은 두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볶은 우엉을 뜨거운 물에 우리면 우엉차가 뚝딱 완성됩니다. 그리고 팁 하나. 우엉은 너무 건조하지 않고 껍질에 흠이 없으며, 수염뿌리나 혹이 없는 것이 좋은 우엉이라고 합니다.

/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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