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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거리음식의 강자 ‘김떡순’이 언제부터 거리를 점령했나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김떡순(김밥ㆍ떡볶이ㆍ순대)’을 필두로 붕어빵, 닭꼬치, 호떡, 어묵, 튀김 등 우리나라에는 다양한 길거리음식이 발달해 있다. 특히 대부분 음식의 기원이 가깝게는 일제강점기에서 멀게는 기원전까지 올라갈 정도로 유서가 깊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근현대까지 먹거리가 풍족하지 않았던 탓에 1960년대 이전까지는 이렇다 할 길거리 음식이 없었다. 그러다 1970년대 음식들을 길거리에서 팔기 시작한 후 2000년대에는 고유의 음식 뿐 아니라 다양한 서양음식까지 가세해 길거리음식 문화가 더욱 다채로워졌다. 

사람들이 2000년대 초 스페인에서 유입된 길거리음식 츄러스를 먹으려고 이태원 경리단길에 위치한 한 츄러스 가게 앞에 줄을 서고 있다.

▶60년대 이전 찐빵ㆍ호떡이 전부=1960년대 이전에는 길거리음식이라고 해야 겨울에 찐빵이나 호빵을 파는 것이 전부였다. 이마저도 모두 겨울 한 철 장사라 길거리에서 음식을 파는 것을 자주 구경할 수는 없었다.

60년대 이전 우리나라 길거리음식 문화가 미천하기는 했지만, 이 시대를 주름잡았던 찐빵과 호빵의 역사가 미천하지는 않다. 특히 찐빵은 1341년 원나라에 유학 갔던 일본 승려 류잔선사와 함께 귀국한 중국인 임정인이 만들었다는 속설이 전해진다. 역사만 670여 년이 되는 셈이다. 이처럼 일본에서 만들어진 찐빵은 일제 강점기 때 우리나라로 전해진 후 60년대 전후까지 대표적인 길거리음식이 됐다. 찐빵의 종류 중 하나인 호빵은 한 식품업체가 1971년 거리에서 팔던 찐빵을 가정용으로 대량생산했는데, 그때 만들어진 상표명이 일반명사가 된 것이다.

서울 이태원 경리단길에서 유명한 츄러스 아이스크림 세트.

호떡은 오랑캐 호(胡)와 우리말 떡이 합쳐진 이름처럼 중국에서 전해졌다. 중앙아시아와 터키, 인도 등지에서 먹는 빵인 ‘난’이 실크로드를 따라 중국을 거쳐 한반도로 전해진 음식이다. 양귀비가 좋아할 정도로 당송 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다가 우리나라에는 임오군란 이후에 전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명동의 다양한 길거리음식들. 전통적인 길거리음식에서 다양한 퓨전음식으로 메뉴가 바뀌어 있다.

▶70년대 본격적으로 ‘김떡순’ 등장=60~70년대는 길거리음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시기이다. 그전까지는 길거리음식의 주 재료인 밀가루나 기름, 설탕 등이 귀해서 음식을 팔기 어려웠지만, 산업화ㆍ도시화로 먹을거리가 늘고 사회가 바쁘게 돌아가자 길거리에서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지금까지도 길거리음식 업계를 주름잡은 ‘김떡순’과 붕어빵, 오뎅 등은 모두 이 시기에 출현한 음식들이다.


김떡순의 대표 주자인 떡볶이는 가래떡에 고기와 버섯, 야채 등을 함께 간장에 볶는 떡 산적에서 유래를 찾는다. 지금은 대중화된 간식이지만, 사실 영조의 어머니인 동이(숙빈 최씨)가 즐겨 먹은 궁중음식이나 명문 양반가에서 먹는 고급 음식이었다. 지금과 같이 고추장을 넣어 만든 떡볶이는 마복림(1921~2011)씨가 1953년 서울 신당동 길거리식당 음식으로 팔다가 1970년대 MBC 라디오의 ‘임국희의 여성살롱’에 소개되면서 유명해졌다.

순대는 하늘에 제사를 지낼 때와 같이 특별한 행사 때 먹는 귀한 음식이었다. 하지만 쇠고기나 돼지고기가 귀한 시절 창자와 같은 부속물 또한 흔치 않아 값싼 재료들을 채워 넣은 변형된 순대들이 등장했는데, 요즘 대중화된 당면순대가 바로 이때 등장했다. 


길고 둥글게 만 지금 형태의 김밥이 유행하기 시작한 것도 바로 60~70년대다. 김밥의 대중화는 90년대 중반 서울 혜화동에 생긴 ‘종로김밥’에서 김치나 치즈 등 속재료를 깻잎에 한 번 더 싼 후 밥을 넉넉히 넣어 크게 만든 김밥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시작됐다.

붕어빵은 서양의 와플과 동양의 만두가 혼합된 퓨전 음식이다. 붕어빵의 모체인 풀빵이 우리나라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30년대. 일본에서 유행하던 도미빵과 국화빵의 틀을 들여와 굽기 시작했으며, 60~70년대에 전국으로 퍼진 것으로 알려졌다. 


▶1990년대 후반 길거리음식도 글로벌화=1980년 말 해외여행이 자유화된 후 1990년대 후반 젊은 층을 중심으로 어학연수 인구가 늘자 해외의 다양한 길거리음식들이 유입됐다. 요즘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벨기에식 와플이나 케밥, 타코야끼, 츄러스 등이 길거리에 등장한 것이 고작 20년도 채 안된 것이다.

특히 올록볼록한 요철이 있는 기계를 사용해 벌집 모양으로 구워 낸 와플은 붕어빵이나 모 제과업계의 제품인 ‘고프레’ ‘웨하스’ 등 우리나라 길거리음식에 다양한 영향을 미쳤다. 주로 프랑스나 네덜란드, 벨기에 등 유럽지역에서만 먹던 와플은 1620년 영국 청교도들이 와플 기계를 들고 미국으로 건너온 후 여러 대륙에 전해졌다. 하지만 실제 국내에서 와플 자체가 판매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이후다.


이처럼 길거리음식이 다양화되면서 길거리음식 유명 거리도 점차 변화하고 있다.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길거리음식 하면 사람들은 종로, 명동 일대를 떠올렸다. 하지만 지금은 이 지역을 중국 및 일본 관광객들에게 내주고 젊은이들이 모이는 새로운 지역이 길거리음식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와플이나 수제버거, 크레페 등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홍대 및 상수역 부근과 아이스크림와플, 베트남 쌀국수, 빅버거, 팬케이크, 닭강정꼬치 등이 유명한 노량진 일대, 케밥과 츄러스, 드라이아이스 아이스크림 등이 먹을 만한 이태원 및 경리단 길 등이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carrier@heraldcorp.com

사진=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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