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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수한의 리썰웨펀] 軍 왜 한일 연합훈련 쉬쉬할까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우리 군 당국은 일본과의 연합 군사훈련 사실이 알려지는 것에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한다. 군은 지난해 말 일본 해상자위대와의 연합훈련 사실이 일본 자위대 홈페이지를 통해 알려지게 되자 그제서야 어쩔 수 없다는 투로 관련 계획을 공개했다. 그나마 해당 훈련이 예정된 당일 기상 조건이 좋지 않아 취소되면서 한일 연합훈련에 관심이 쏠리진 않았다.

이번에 비슷한 일이 또 일어났다.

16일 일본 아사히 신문이 “한미일 3국이 올해 여름 하와이 해상에서 처음으로 탄도미사일 방어(MD) 연합훈련을 실시한다”고 보도한 것. 관련 사실이 보도되자 우리 군 당국은 다시 분주하게 ‘뒷북성’ 대응에 나섰다.

<사진>우리 해군이 미 해군과 한미 해상 연합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제공=해군]



군 고위 관계자는 16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한미일 3국이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연합훈련을 사상 처음으로 실시한다”며 뒤늦게 관련 사실을 공개했다. 지금까지 한미일은 해상 탐색 및 구조 훈련을 여러 차례 실시해왔으나 군사적 목적의 훈련을 함께 실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이 관계자는 밝혔다.

이 관계자는 설명 막바지 단계에서 “해당 계획은 3국간에 논의가 진행되고 있어 관련 내용의 공개를 검토하던 부분”이라며 “그러나 본의 아니게 일본 언론에서 먼저 알려지고 난 뒤 설명하게 돼 마음이 편치 않다”고 말했다. 취재진들에게 유감의 뜻을 밝힌 것. 국방부 당국자들도 일본 언론에 먼저 알려지고 난 뒤 우리 언론에 뒤늦게 알리는 행태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다.


▶우리 군, 한일 연합훈련 쉬쉬하는 첫 번째 이유는 국민적 반감=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군 당국은 한일 연합훈련 사실에 대해 밝히길 극도로 우려하는 것일까.

이미 정답은 대부분의 국민들이 생각하고 공감하는 그 내용일 것이다.

일제 강점기의 상처가 아직도 우리 의식 속에 강하게 남아 있고, 특히 무자비한 방식으로 우리 국민들을 폭압했던 일본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가운데 우리 군이 ‘그’ 일본군과 연합훈련을 벌인다는 사실을 국민 정서상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군 당국 또한 그런 부분을 잘 알고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일 연합훈련을 실시해야 한다는 현실에 처해 내부적으로 상당한 갈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군의 한 관계자는 “국민 정서가 (일본과의 연합훈련에 대해)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고, 우리 군도 그런 부분을 잘 알고 있기에 가급적 주의하고 있다”며 “관련 내용이 국면에 따라 큰 논란으로 비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12년 6월 당시 이명박 정부는 국무회의 비공개 안건으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통과시키려다 관련 사실이 알려졌고, 결국 국민적 반발에 부딪혀 관련 시도가 무산된 바 있다.

한일 연합훈련이 주변국에 미치는 영향 또한 우리 군이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사안이다. 한미동맹에 국가 안보를 상당히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미국이 중심이 돼 북한, 중국, 러시아 등을 견제하는 한미일 공조의 한 축으로서 어쩔 수 없이 일본과 군사적으로 협력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미국 중심의 한미일 3자 공조체제 vs. 북중러 충돌도 부담=반면, 한미일 연합훈련에 우리 군이 깊이 개입하면 할수록 중국, 러시아, 북한의 강한 반발을 사게 된다.

우리 군 고위 관계자는 이런 면을 의식해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에 하는 훈련은 한미일이 이미 체결된 한미일 정보공유약정(TISA)에 따라 미사일 정보를 탐지 추적해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정보 분야 훈련이며, 이를 요격하는 작전 분야 훈련은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MD 체제 참여란 것은 미사일 개발과 배치, 운영 등 모든 단계에 있어서 높은 수준으로 협력하는 것을 의미한다”라며 “일본 언론 보도와 달리 미국 MD(미사일방어) 체제에 참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일본 아사히신문은 한미일 3자 연합훈련을 거론하며 한국이 (이번 훈련에 참가함으로써) 미국과 일본의 아시아 MD 체제에 사실상 참가하게 됐다고 풀이했다.

우리 군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즉각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훙레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6일 정례 브리핑에서 한미일이 사상 처음으로 북한 미사일을 탐지, 추적하는 미사일 경보 훈련을 실시하기로 한 것에 대해 “현재 반도(한반도) 상황은 여전히 복잡하고 민감하다”며 “우리는 현 상황에서 각방(각국)이 충분히 냉정과 자제를 유지하고 (긴장) 상황을 끌어올리는 행동을 하지 말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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