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한국은 일본보다 먼저 외래 관광객 1000만 시대를 열었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6년 간 우리나라는 한류열풍에 힘입어 ‘관광 한국’의 신기원을 이뤘다. 관광산업에서 일본을 따돌리고 앞질러 갈 수 있었다.
하지만 2014년부터 위상이 흔들렸다. 일본이 고환율 정책으로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적극 나선 데다 우리나라 내부적으로는 메르스 등 악재가 맞물린 탓이다.
고환율 정책과 중국인 관광객 유치로 짭짤한 재미를 본 일본은 이제 큰 꿈을 꾸기 시작했다. 일본 정부는 당초 2020년까지 외래관광객 2000만 명을 유치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가 올해 3월 이전 목표를 2배로 조정했다. 2020년까지 4000만 명을 유치하기로 한 것. 일본 정부의 목표는 공염불에 그치지 않을 듯 싶다. 일본은 올 상반기에만 이미 외래 관광객 1000만 명 유치에 성공했다.
한국 관광산업의 미래가 밝지 못한 것은 중국 관광객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데 있다. 우리나라를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은 최근 10년 간 약 3000만 명에 달했다. 연평균 21% 증가세를 보인 덕분이다. 이로 인해 전체 외래 방문객 중 중국인 비중이 약 50%에 육박하게 됐다. 중국과의 외교분쟁 등이 발생할 경우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10년 전인 2006년만 해도 방한 일본인은 234만명으로, 방한 외래객의 38%를 일본인이 차지했다. 그러나 2015년 현재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은 184만 명으로 쪼그라들었다. 일본 관광객이 전체 방문객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14%로 급감했다.
반면 일본은 방문객의 국적이 다양한 데다 최근 중국인 방문객 수가 눈에 띄게 증가하는 추세여서 전망이 밝다는 평가를 받는다. 방일 관광객 중 중국인 비중은 25%로, 위험분산이 잘 돼 있는 편이다. 한국, 대만 관광객의 비중도 각각 약 20%에 달해, 고른 국가별 분포를 보이고 있다.
중국 관광객 비중이 거의 절반에 달하고, 그 외 국가들은 일본을 제외하고는 10%미만인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르다.
세계 어느 곳에서나 최고 손님으로 대우받는 중국 관광객의 지출액 규모를 보면 한국 관광산업의 갈길을 멀다.
중국 관광객들은 한국보다 일본에서 더 많은 돈을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방한 중국인 관광객의 1인당 지출경비는 평균 2319 달러(원화 약 258만원)였다. 하지만 방일 중국인 관광객은 평균 28만3842엔(원화 약 309만원)을 지출해 우리나라 보다 지출규모가 15% 가량 많았다.
우리나라는 해외로 여행가는 내국인들이 국내로 들어오는 외국인 관광객보다 많다는 특징도 있다. 우리나라 해외여행객은 계속 증가해, 지난해의 경우 방한 외래객보다 해외로 출국한 우리 국민이 약 600만 명 더 많았다.
반면 일본은 45년 만에 처음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일본인 해외출국자 보다 약 350만 명이나 많은 상황이 발생했다. 최근 6개월간 추이에서도 일본은 해외여행객보다 월평균 약 63만 명 더 많이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했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는 방한 외래객보다 월평균 약 42만 명 많은 내국인이 해외로 여행을 떠났다.
이같은 상황은 관광수지의 희비를 갈랐다. 한국은 관광수지의 적자폭이 확대되고 있는 반면 일본은 관광수지에서 흑자전환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일본은 지난해 1조905억엔(원화 약 11조9000억원)의 여행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일본이 여행수지에서 흑자를 낸 것은 53년만이었다. 일본은 2013년 6545억엔 적자, 2014년 444억엔 적자를 보였었다.
이에 반해 한국은 지난해 96억7300만 달러(원화 약 10조7000억원)의 여행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1년 만에 다시 적자폭을 키웠다. 앞서 한국은 2013년 70억1900만 달러 적자에서 2014년 53억5600만 달러 적자로, 여행수지 적자 규모를 줄인 바 있다.
윤재섭 기자/i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