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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창의성 존중하는 저크버그 기부가 던지는 시사점
마크 저크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의 남다른 기부 방식이 눈길을 끈다. 저크버그와 그의 부인 프리실라 챈이 설립한 ‘챈 저크버그 바이오허브’는 8일(현지시각) 질병퇴치 등 생명과학을 연구하는 과학자 47명에게 5년간 5000만달러(약 570억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선정된 과학자는 생물학 화학 컴퓨터과학 물리학 전공자들로 한 사람당 17억원의 연구비를 지원받게 된다. 이것만 해도 민간에선 찾아보기 힘든 통큰 지원규모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운영하는 최대 연구지원 프로그램과 맞먹을 정도다.

그러나 정작 주목해야 할 것은 따로 있다. 저크버그는 거액을 쾌척하면서도 아무런 조건을 달지 않았다는 점이다. 연구 분야와 주제에 제한을 두지 않은 것은 물론 실패를 해도 연구비 환수 등의 책임을 전혀 묻지 않는다. 선정된 과학자들은 부담없이 창의성을 마음껏 발휘해 연구에만 몰두하면 된다. 특정 질병의 범위를 정해두고 해당 분야 연구원에게만 지원하는 통상 방식과는 전혀 다르다. 구성원의 창의성을 존중하며 페이스북을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로 키워낸 기업인답다.

저커버그의 이같은 지원방식은 사실 이미 예견돼 있었다. 그는 지난 2015년 챈과의 사이에 딸이 태어나자 공개 편지를 통해 페이스북 주식의 99%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기준으로 따지면 446억달러(약 52조원)에 이른다. “네가 자라날 세상이 지금보다는 나은 곳이길 바라면서, 우리도 할 몫을 하고자 한다”라는 게 그 이유다. 자신이 일군 부(富)를 질병퇴치 등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데 기꺼이 쓰겠다는 약속이다. 그리고 이번에 자신의 방식대로 그 첫 단추를 꿴 것이다.

저크버그의 기부와 그 방식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시사점은 많겠지만 ‘창의성 존중’으로 요약할 수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정신을 키워주는 사회적 분위기를 우리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연구을 해도 한국 같으면 연구기간과 주제 등을 일일이 정해주는 등 시작부터 까다롭다. 또 연구자로 선정되더라도 주기적으로 성과를 체크하고 기대치에 못미치는 지원을 중단하기 일쑤다. 이런 풍토에서 미래를 여는 창의적 연구 결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연구비 지원 대상자 가운데 상당수는 실패할 것이다. 하지만 실패를 피하기만 한다면 성공도 기대할 수 없다”. 선구자 선정 책임을 맡은 바이오허브의 공동대표 조 드리시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 주립대 교수의 말이 시사점의 압권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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