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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국 애들 춤보며 자극 많이 받았죠”
최고권위 로잔 발레콩쿠르 파이널리스트 입상 선화예고 임선우 “쉴땐 피아노 치고 야구 좋아해요”

“좋긴 좋은데…아직 실감은 안나요. 외국애들 하는거 보면서 자극은 많이 받았어요. 내 무기를 확실히 만들어야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세계 최고권위의 발레 콩쿠르인 로잔 콩쿠르에선 낭보가 들려왔다. 최종 수상자 8인(파이널리스트)에 선화예고 2학년 임선우(18)군이 입상한 것. 로잔 콩쿠르후 한국에 돌아온 임선우군을 헤럴드경제가 13일 능동 유니버셜발레단에서 만났다. 쑥쓰러운듯 웃음을 연발하던 임 군은 발레 이야기가 나오자 진지한 청년의 눈빛으로 변했다. 수상 소감은 소감이라기보다 다짐에 가까웠다.

1972년 창설된 로잔 콩쿠르는 15~18세 주니어들을 위한 국제대회로, 해마다 전 세계에서 200여명의 어린 무용수가 경쟁을 벌인다. 무대위의 모습만 채점하는 시니어 대회와 달리 로잔 콩쿠르는 연습실에서 스트레칭 하는 모습부터 무대에 오르는 모든 과정이 평가 대상이다. 임선우는 고전발레에선 ‘지젤’의 2막 중 ‘알브레이트 솔로 베리에이션’과 컨템포러리에선 존 노이마이어의 ‘Wrong Note Rag’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임선우군은 사실 ‘선우 빌리’로 일반인에게 더 익숙하다. 지난 2010년 LG아트센터에서 국내 최초로 공연한 뮤지컬 ‘빌리엘리어트’의 ‘빌리’로 무대에 섰기 때문이다. ‘빌리’처럼 발레리노를 꿈꾸는 소년이라 임군과 이미지가 더 겹친다. 공연을 마친 이후 꾸준히 발레리노의 꿈을 키워 로잔 콩쿠르 입상까지 거머쥐었다.

로잔 콩쿠르에서 파이널리스트에 선정되면 1년동안 해외 유수 발레단에서 연수 기회가 주어진다. 아직 결정된 것은 없지만 미국보다는 유럽쪽 발레단을 주목하고 있다. 그가 최종적으로 입단하고 싶은 곳은 348년 역사를 자랑하는 파리오페라발레다. 에투알(수석무용수)인 매튜 가니오의 춤추는 영상을보고 첫 눈에 반했단다. “따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무용수였어요. 이후로 관련 동영상을 찾아 보고 또 보고 몇 백번을 봤는지 모르겠어요”

발레리노에겐 점프나 회전 등 남성의 강인한 도약을 강조하는 안무가 많은 편이다. 임선우군이 좋아하는 안무는 이와는 거리가 있었다. 그는 서정적 감정표현에 주를 두어야하는 ‘아다지오’를 좋아한다고 했다. “점프나 회전 등 역동적 동작도 멋지지만만 힘과 절제, 밸런스가 중요한 아다지오가 가장 매력있다”고 말했다. 그 사이 청중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도록 감정을 전달하는건 또 다른 숙제다. “어릴땐 무조건 춤추는게 좋았는데, 점점 발레를 오래 할 수록 ‘나만의 발레’를 해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테크닉이 늘어갈수록 어려워요. 어떻게 해야 나의 춤으로 사람들의 마음까지 만질 수 있을까 싶어서” 마냥 소년인줄 알았는데 속 깊은 이야기도 제법 풀어놓는다.

그래서일까. 연습시간이 아닌 다른 시간엔 피아노를 친다. 중학교 3학년 들어서 시작했는데도 체르니 40번을 마쳤고, 최근엔 쇼팽과 베토벤을 시작했다. 발레곡도 틈틈히 친다. “발레곡을 치다보면 익숙해서 좋은 것도 있지만, 아 이 음엔 턴을 했지, 점프를 했지, 스텝을 가져갔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발레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며 “발레리노는 신체나이의 한계가 있는 직업이라, 하는 동안엔 최고자리에 오르려 노력하겠지만 그 이후엔 안무가로 길을 가고싶다”는게 피아노를 치는 이유다.

그러나 30년 뒤까지 바라보는 ‘어른아이’같은 면모만 있는 것도 아니다. 또래 아이들처럼 야구도 좋아한다. 이제 시즌이 시작해서 기대가 크다. “저는 기아 팬인데…기아 성적에 따라 제 기분도 사실 영향을 받고요, 기아 가을야구도 꼭 보고싶어요”라며 씩 웃는 모습은 영락없는 10대 소년이다. 인터뷰 뒤의 일정도 빡빡했다. “오늘부터 또 다른 콩쿠르 또 준비해야해서 6시간씩 연습합니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그를 1년 뒤 국제 유수 발레단 입단 소식으로 만날 수 있을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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