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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켈란젤로도 ‘위작의 대가’였다

  • 기사입력 2017-02-17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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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작품 진가 무시당한 위작자들
돈보다 미술계 ‘골탕’·천재성 증명 수단삼아
허술한 관리 시스템 비꼬는 날카로운 시선
“작품 구매자 知的 무장해야” 주장도


신성로마제국에서 중세말부터 르네상스 전환기에 활약한 독일 화가 알브레히트 뒤러(1471~1528)는 판화로 엄청난 대중적 인기를 끌었다. 당시 유럽전역에서 그의 판화는 없어서 못 살 정도로 수집가치가 높았다. 회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싸 찾는 이들이 많았다.

1506년 어느 날, 뒤러에게 베네치아에서 한 친구가 1502년작 ‘성모의 생애’ 판화 중 한 점을 보내왔다. 뒤러는 뉘른베르크 자신의 공방에서 이 목판화를 꼼꼼이 살폈다. 판화는 거의 똑같아 보였지만 그의 솜씨는 아니었다. 신속하게 조사가 이뤄졌고 가짜 판화의 제작자가 밝혀졌다. 판화가 마르칸토니오 라이몬디. 그는 뒤러의 트레이드마크인 대문자 ‘A’의 두 다리 사이에 작은 대문자 ‘D’가 들어간 모노그램 서명까지 정교하게 위조해 뒤러의 작품이라며 팔았다. 라이몬디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었다. ‘MAF’라는 자신의 서명과 달 예수스 출판사를 뜻하는 ‘YHS’와 인쇄소의 상징을 판화 속에 보일락 말락하게 끼워넣은 것. 뒤러의 진작으로 속이려한 건지, 원작자에게 경의를 표할 목적이었는지 모호하게 만든 것이다. 화가 난 뒤러는 결국 라이몬디와 출판사를 상대로 베네치아에서 소송을 제기했다. 미술품 지적재산권과 관련, 재판에 회부된 첫번째 소송사건이다.


판결은 어땠을까. 베네치아 당국은 라이몬디 손을 들어줬다. 복제본이 아니라 탁월한 모방작에 불과하다며, 뒤러는 이런 사실에 자부심을 가지라고 판결을 내렸다. 화가 난 뒤러는 ‘성모의 생애’ 1511년판을 출간하면서 미래의 도둑들이 꼼짝 못하게 할 경고문을 판화 연작 중 한 판본에 적어 놓았다.

슬로베니아 루블라냐 대 노아 차니 교수가 쓴 ‘위작의 기술’(학고재)은 위작의 오랜 역사와 기술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냈다. 대가에 버금가는 위조꾼들의 교묘한 속임수는 어떤 것이 있고 어떻게 미술계를 속이는지, 무엇 때문에 결국 발각되고 체포되는지 생생하게 들려준다.

눈길을 끄는 위조의 대가에는 미켈란젤로도 포함돼 있다. 미켈란젤로는 위조꾼으로 그림 경력을 시작했다. 그는 르네상스 시대 최고로 평가받던 고대 로마 조각을 가짜로 만들어 리아리오 추기경 등에 팔아넘겼다. 이내 위작임이 밝혀졌지만 미켈란젤로가 산 피에트로 대성당의 ‘피에타’로 이름을 떨치면서 위작 소유자들이 이를 문제삼지 않은 덕에 넘어갔다. 가짜이긴 해도 대가의 작품이라 파는데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사랑받는 위조꾼은 또 있다. 영국의 인기 화가 톰 키팅이다. 그는 배타적인 미술계에 분노를 느끼고 미술계를 전복시키겠다는 의도로 위조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는 골탕먹일 의도로 전문가들이 놓칠 만한 미묘한 단서를 작품 속에 넣었다. 가령 17세기 그림에 20세기 물건을 그려넣는다든지 글씨를 엷게 쓴 뒤 그림을 그려 X선을 쪼이면 드러나는 방식을 썼다. 심지어 글리세린을 한 층 바른 위에 그림을 그려, 만약 위작을 청소할 경우 글리세린이 반응해 물감층이 녹아버리게 만들었다. 그 스스로 100여명의 화가, 2000여점의 위작을 유통시켰다고 선언한 바 있다. 1984년 크리스티는 그의 위작 204점에 위작이란 꼬리표를 붙여 경매에 내놓기도 했다.

위조꾼들은 작품을 베껴 진짜로 둔갑시키거나 유명 작가의 화풍으로 작품을 만든 뒤 새로 발견된 진작인 양 시장에 내놓는다. 작품의 출처나 소장 기록 등 관련 문서를 날조하기도 한다. 역사 속에서 사라진 미술품을 만들어낸 뒤. 이를 연구하는 학자나 미술계 관계자들이 찾아낼 만한 기관에 날조문서를 끼워넣는 식이다. 숨겨진 작품이나 작품의 근거를 찾는데 혈안이 된 미술계 관계자들은 작은 단서 하나만 던지면 알아서 온갖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뒷걱정은 안해도 된다. 런던의 빅토리아앨버트 미술관, 테이트 갤러리, 현대미술관을 비롯, 도서관 등 수많은 문서보관서가 이런 위조에 뚫렸다는 건 미술계가 얼마나 허술한지를 보여준다.

흔히 위조는 돈 때문이라고 여기지만 저자에 따르면, 명예, 돈, 복수, 권력, 천재성 표현 등에 대한 욕망이 결합된 결과물이다. 돈은 첫번째 동기는 아니다. 돈 보다 위조꾼을 더 자극하는 요인은 ‘복수심’이다. 위조꾼 상당수는 자기 작품을 알아주지 않은 미술계에 앙갚음을 하거나, 천재성과 우월성을 증명하는 동시에 전문가라는 이들이 얼마나 쉽게 속아 넘어가는지 보고 싶어한다.

그렇다면 위작의 유통을 막을 방도는 없을까.

저자는 두 가지를 제시한다. 지식을 갖추고 작품에 대해 여러 방면에서 폭넓게 의견을 구해 무장하는 것이다. 경매 회사, 갤러리, 중개상, 전문가 등의 말만 믿을 게 아니라 구매자 스스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작품 판매와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전문 출처 조사원제도의 도입이다. 해당 작품과 출처가 일치하는지 비판적인 안목으로 조사할 독립적인 촐처조사원 제도는 역사를 바꿔쓰려는 나쁜 의도를 상당부분 걸러준다.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와 이우환 화백의 위작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우리 미술계가 귀기울일 만한 조언이다. 책은 위작을 밝혀내기 위한 진위 논쟁, 풍부한 사례들이 한 편의 쟝르 소설을 읽는 재미를 준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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