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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병기 연예톡톡] ‘화랑’, 내용이나 메시지가 아닌 전달방식의 문제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 KBS 월화극 ‘화랑’은 1,500년 전 신라 수도 서라벌을 누비던 화랑들의 열정과 사랑, 성장을 그린 청춘 퓨전사극이다.

18부까지 끝내고 이제 2부만을 남긴 ‘화랑’은 어떤 성장을 이뤘고, 또 그 성장은 어떤 의미가 있었을까?

사극에서 미소년들이 많이 있는 곳에 예쁜 여성이 들어가 있는 설정은 이미 몇차례 봤던 구도다. 최근 방송된 ‘달의 연인’도 그런 구도다. 화랑이라는 신라 청춘들의 공간에 잘 생긴 남자들을 많이 넣어놓아도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성공한다면 다른 요인이 있어야 한다.


18회에서 막내 화랑 한성(방탄소년단 뷔)이 죽는 장면에서 ‘화랑’의 주제가 드러난다. 출신 성분 때문에 차별당하면서 박서준을 죽여야 하는 형 단세(김현준)의 칼을 잡고 죽는 그가 남긴 편지에는 “화랑에서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가문과 권력 생각 안하고 화랑으로 자유롭게 살겠다”는 말을 남겼다. 신분 골품제를 뛰어넘는 그 무엇의 도전정신이다.

‘화랑’에서 스승 풍월주(성동일)는 훈련과정을 끝내기 전 화랑에게 당부한다.

“누군가 만든 질서가 너희들의 질서가 되게 침묵하지 말라. 너희들은 장기판 위의 말이 아니다. 너희들은 누구보다 자유로운 화랑이다.”

이 말은 현재의 청춘들에게도 100% 해당되는 말이었지만, 그리 강력하게 전달되지는 못했다.

‘화랑’에는 남부여 태자에 의해 죽기 직전의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왕임을 선포한 가짜 왕(박서준)도 있고, 진골 귀족들의 표적이 돼 어머니인 지소태후(김지수)의 타오르는 권력욕에 의해 자신의 존재를 숨겨야 했던 진짜 왕(박형식)도 있다. 하지만 이 가짜 왕도 출생의 비밀을 알고보면 왕이 못될 이유는 없었다.

이 두 남자 사이에, 원화가 된 아로(고아라)가 있다. 하지만 아로는 박서준의 여자다. 두 사람은 죽는 상황에서 각각 활을 대신 맞아주었다.

18회에서 삼맥종(박형식)은 자신이 신국의 왕 진흥이라고 ‘왕밍아웃’을 하고, 선우(박서준)는 누이가 당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왕이 되기를 요구받고 있다. 그러는 사이 연인인 아로는 박서준 때문에 화살을 맞고...

많은 상황이 몰아치고 있지만, 갈등과 긴장, 관계 변화가 두드러지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원칙에만 충실한 주제의식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화랑을 분열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음모를 꾸미며 지소와 대치하는 악역 박영실(김창완)의 존재도 그리 큰 힘이 못되고 있다.

잘못된 기성 제도에 얽매이지 않는 청춘 화랑들의 도전과 성장이라는 대의명분을 이야기 하기 위해서는 이를 현재화할 수 있는 감각의 트렌디함과 세련됨이 더욱더 요구된다.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나 메시지의 문제가 아닌 요즘 대중들을 향한 전달방식의 문제다.

지금까지 벌어진 사건과 수많은 에피소드에서 흥미롭게 현재화할 수 있었던 건 별로 없었다. 금수저와 흙수저 스토리로 연결될 수도 있는 골품제는 강한 느낌을 주지 못했다. 그렇다고 ‘화랑’을 ‘해품달‘처럼 멜로가 잘 붙은 사극이라고도 할 수가 없지 않은가.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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