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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모화관의 동냥아치와 가짜뉴스
‘모화관(慕華館) 동냥아치 떼 쓰듯’

모화관은 서울 현저동에 있던 중국사신 숙소이다. 이곳은 걸인들에게 가성비 높은 구걸 장소였다. 외국 고위 관리로서 품위를 지켜야 하고 방문국에서 구설이 나오면 곤란하니까 적지 않은 재물을 선듯 내주었다고 한다.

이 속담은 경우에 맞지 않는 말로 성가시게 군다는 뜻이다. 말도 안되는 말을 지껄여 상대의 말문을 막는 ‘말의 폭력배’를 꼬집는 속담이다. 모화관 앞 동냥아치들은 포졸들이 경을 치기 전에 빨리 거금을 받고 철수할 요량으로 되지도 않는 말을 큰소리로 떠들었다는 것이다.



‘메르켈 총리는 히틀러의 딸이다’, ‘교황이 도널드 트럼프 지지 선언했다’

모두 가짜뉴스이다. 모화관 동냥아치 같은 짓이 곳곳에서 벌어진다.

말의 폭력은 이제 동냥아치의 행색을 벗고 ‘뉴스’라는 꽤 근사한 옷으로 갈아입은채 시민을 현혹한다.

지난해말 미국 워싱턴에서 피자가게 총기난사 사건이 있었다. 한 피자 가게 골방에 아동들을 숨겨놓고 성매매조직을 운영하고 있다는 가짜뉴스가 SNS에 퍼져나간이후, 이를 사실로 오인하고 격분한 남성이 총질한 것이다.

지금 국내에도 가짜뉴스가 판친다. 피해는 피자가게 총질에 그치지 않고, 분열과 오해를 야기시켜 민주주의를 위협할 것이다.

실학자 최한기는 ‘누군가의 말을 듣고 전해주는 경우엔 자연히 미화, 비방하려는 과장이 있기에 잘 헤아려야 한다(測溢美溢惡:측일미일악)’고 경고한 바 있다. 그는 말 전하는 사람의 지식, 지혜, 깨달음 부터 살피고, 다른 사람들의 얘기도 들어봐야 한다고 충고했다.

‘못 먹는 목화 씨아가 소리만 난다’고 했고, ‘혀 아래 도끼 들었다’고 했다. 농단(壟斷) 이후, 화자(話者)보다는 청자(聽者)가 더 똑똑해야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희한한 세태가 됐다. 혹세무민은 공공의 안녕을 위협한다.

함영훈 선임기자/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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