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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포 사후면세점 가보니]“3개월 일했는데…면세손님 구경도 못해”
무분별한 면세점 지정의 폐해
외국 관광객 없고 한국 손님만
“전시행정” 상인들은 불만토로


“면세점 거리만 만들었다고, 관광객이 오겠어요?”

목포역에서 약 200m반경, 속칭 목포 구시가지로 불리는 상점가는 지난 2016년부터 사후면세점 거리로 지정돼 있다. 목포시가 지난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의 관광특구 활성화 공모사업에 선정되면서 받은 국비 9000만원에 시비 9000만원을 보태 사후면세점 거리를 조성했고,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사후면세점 98개 점포가 영업하고 있다.

최근 기자가 직접 방문한 목포역 사후면세점거리의 모습은 한산했다. 목포시 수문로20번길과 영산로75번길을 중심으로 형성된 사후면세점 거리에서 이날 본 보행자는 20~30여명. 대부분이 한국인이었다. 사후면세점에서 물품을 사기 위해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찾아볼 수 없었다. 

많은 차들이 주차돼 있지만 인적은 드물고 한적한 목포시내 사후면세점 거리.

▶“장사 안돼요” 불만 가득찬 상인들=사후면세점 인근의 상인들은 사후면세점 지정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늘지는 않았다고 했다. 일부 상인은 “관광 인프라 자체가 없는데, 면세점만 만들면 뭐하냐”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저마다 한적한 가게에는 TV를 보거나 상품을 진열중인 종업원들의 모습만 보였다. 한산했던 한 화장품 가게의 종업원은 “지난해 10월부터 4개월 동안 일하면서 사후면세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은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며 “가게에는 주로 한국인 손님들이 찾 아오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수문로20번길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나웅(58) 씨도 “(사후면세점 지정) 효과가 없다곤 할 수 없지만, 지정됐다고 많은 손님이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인근 상인들은 무분별한 사후면세점 난립을 걱정하기도 했다. 인근의 한 음식점 상인은 “안경집이나 기성복 매장 같이 외국인관광객이 찾지 않는 매장도 사후면세점으로 지정됐다”며 “목포에 오는 외국인 자체가 없는데 이런식으로 면세점 허가를 내주는게 옳은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다른 상인도 “최근 인근 가게에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며 “면세점 난립보단 거리를 활성화할 방안을 고민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1일 면세점업계에 따르면 목포시가 발표한 지난해 유치 관광객 수는 약 3000여명. 산술적으로 봤을 때 한점포 당 한해 약 30여명의 관광객을 유치한 셈이다. 한 점포당 12일에 한 명 꼴이다. 사실상 이전에도 목포를 방문하는 관광객 수를 고려한다면 사후면세점 유치로 인해 얻은 관광효과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철홍 전남 도의회 의원이 지난해 행정감사에서 발표한 목포 사후면세점 거리의 전체 외국인 상대 매출은 약 3500만원. 박 의원도 “현실적으로 가능한 사후면세점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꼬집었다.

▶전국 1만4000여개, 무분별한 난립 막아야=최근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너나할 것없이 사후면세점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 모습이다. 관광객 유치를 노리는 전라남도, 2018년 열리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둔 강원도가 대표적이다. 전남도는 올해 여수와 순천에 100개씩 사후면세점 설치를 계획하고 있다. 도비와 시비 약 4억원을 들여 여수 진남로 상가와 순천 중앙동 상가를 사후면세점 특화 거리로 조성할 계획이다. 강원도 강릉과 춘천도 특화거리 조성을 계획중이다.

목포=김성우 기자/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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