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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가야는 왜 멸망 직전 전성기를 맞았나
연맹체 쇠락후 5세기때 성장
지산리 고분 1500년 것 추정
한 고분에 순장묘 만 44개
하트(♥) 장식 귀걸이도 발굴


[헤럴드경제=함영훈기자] 우리나라 고대 사국시대(≠삼국시대) 한 축을 차지하는 가야(加耶, 伽耶, 伽倻)는 가라(迦羅, 加羅), 가량(加良), 가락(駕洛. 伽洛), 임나(任那) 등 다양하게 표기됐는데, 실은 생활공동체를 이르는 순 우리말에서 비롯됐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가라’는 ‘겨레’와도 의미가 통하며, 산이나 들을 뜻하는 우리말이라는 의견도 있다. 여기에 덧붙여 독립적인 지역공동체들의 연합을 통칭해 ‘가라’라고 불렀다고 보는 학설도 있다.

실제 부족ㆍ마을 공동체는 경남 김해 중심의 금관가야( = 본가야), 경남 고성 일대 소가야, 경북 성주 일대 성산가야, 경남 함안의 아라가야, 경남 진주의 고령가야, 경북 고령의 대가야 등 6개 소국으로 나뉘었던 것으로 정리돼 있다.


고령가야 등은 시험에 나오면 헷갈리기도 한다. 그 만큼 가야의 경계는 뚜렷하지 않았고, 소국의 숫자 역시 마찬가지이다. 지금의 지명과 당시 세력범위가 달랐을 것이라는 추론도 가능하다. 계림, 실직 등 신라계 소국들도, 백(100)제를 구성했던 초기 십(10)제의 경계도 모호하긴 마찬가지이다.

가야는 백제와 친분이 두터웠는데, 고구려, 신라 등 침입으로 가야연명체 전체가 약화됐을 때 고령을 중심으로 재결집한 것이 대가야이다. 따라서 많은 사학자들은 다른 가야 소국들은 1세기 전후에 일어나 4~5세기 무렵 쇠락했지만, 대가야는 작은 마을공동체로 출발했다가 끝까지 살아남아 5세기 전후에 가야연맹체 맹주로서 번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학자들은 금관가야와 대가야를 시기상 차이 만을 두어 동일한 것으로 보지만, 그렇지 않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물론 대가야 존속시기를 기원후 42년부터 562년까지 520년으로 정리하고는 있는데, 왕국을 틀을 갖춘 기간은 이 보다 훨씬 짧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북 고령군 대가야읍 지산리에서는 가야의 최고 지배집단 고분으로 추정되는 700여기의 봉토분이 발굴됐다. 나라 규모에 비해 고분이 많다. 기록상, 대가야가 합천 거창 함양 산청 아영 하동 사천 등지를 포괄하는 후기 가야연맹의 맹주가 된 것은 신라에 패퇴해 멸망하기 100년 가량 전인 5세기 후반들어서이다.


가야는 2000년전 태어났지만, 지산리 고분군(사적 제79호)은 1500년 가량 된 것으로 볼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최근 발굴조사가 518호 고분에서는 하나의 봉토 안에 부장곽(副葬槨)을 나란히 두고 만든 주인공 무덤과 5기의 순장무덤이 확인됐고, 480여 점의 각종 유물이 출토됐다. 부장곽은 주인공을 안치하는 공간과 별도로 만들어, 각종 부장품(副葬品) 또는 순장자(殉葬者)를 묻는 시설이었다. 순장제도가 6세기초 폐지됐으니, 이 고분은 5세기 또는 6세기 초반일 것으로 추정된다.

도굴때문에 주인공 무덤의 절반가량이 파괴되었으나, 관모(冠帽)에 부착되는 새 날개 모양의 금동제(金銅製) 장식, 가는 고리를 엮고 하트모양의 장식을 매단 금은제(金銀製) 귀걸이와 함께 갑옷과 투구(갑주, 甲冑), 화려하게 장식된 말갖춤(마구, 馬具) 등이 발견되어 이 무덤이 1500년 전 대가야 전성기의 지배자 무덤임을 짐작하게 해준다고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는 설명했다.

안타까운 순장은 극심했다. 지산리 44호 무덤에서는 무려 32개의 순장 무덤이 나란히 있었다. 


지름이 17m에 달하는 518호 고분의 봉토는 점토덩어리를 이용해 공간을 나누어 흙을 쌓는 구획성토(區劃盛土) 방법으로 조성했는데, 특히 순장무덤을 만들 때 주인공 무덤과 동시에 만들기도 하고, 봉토를 쌓으면서 만들기도 해 순장무덤의 만들어지는 순서가 서로 다르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점토덩어리 공간 나눔은 무덤을 쌓을 때 무덤 주변, 석곽(石槨)의 돌 사이에 채운 축조재료로 경계를 세워 구획을 나누는 것으로 가야와 신라권역에서 나타나지만, 영산강 유역과 일본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일본 최초 고대국가 체제를 가야와 백제가 세웠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문화재청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소장 김삼기)는 2012년부터 2013년까지 진행한 경북 고령 지산리 고분군 518호분의 발굴조사 성과를 담은 보고서를 21일 발간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고령 대가야박물관과 공동으로 전시회를 열어 발굴조사의 주요 성과와 출토유물을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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