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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스포츠 칼럼-김학수 한체대 스포츠언론연구소장]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우려면
요즘 새 봄학기를 맞아 대학에 재학중인 운동선수들이 바짝 긴장한 모습이다.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한 몸에 받기 때문이다. 대부분 새로 바뀐 수업 환경에서 제대로 적응을 할 수 있을런 지 걱정이 많다.

필자의 강의를 듣는 모 대학 3학년 운동선수들은 지난 주 첫 수업에 참가하면서 모두 무거운 표정이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것은 학교에서 체육특기자 수업관리방안을 크게 강화시켰기 때문이다. 축구, 농구 선수들인 수강학생들은 “이번 학기부터 일반학생들과 똑같이 수강일수의 3분의 2이상을 채워야 정상적으로 학점을 부여할 수 있다”며 “대회 참가 등으로 수업을 빠질 경우 결석 사유를 입증할 ‘공결 사유서’를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는 설명을 들어야 했다.

지난 해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가 승마선수로 이화여대에서 입학특혜와 학점특혜를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난 이후 대부분의 대학 운동선수들은 똑같이 운동을 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마치 죄인이 된 기분이다. 정유라 사태가 벌어진 직후 교육부는 전국 100여개 대학에 재학고중인 체육 특기생 전원을 대상으로 성적, 출석에 관해 특별감사를 실시했다. 체육 특기생들의 지난 해 1, 2학기 중간· 기말고사 답안지와 과제, 출격 현황 등을 확인하고, 성적을 제대로 부여했는지 현장조사를 통해 감사를 한 것이다.

그동안 관행에 따라 운동을 우선하고 수업을 등한히 한 체육 특기생들은 부실한 수업참여문제를 집중적으로 추궁당하는 곤욕을 치렀다. 각종 대회 참가 기록과 훈련참가 일정 등을 정리하고, 과제물 등을 뒤늦게 수습해 제출하기도 했다. 운동을 하면서 일반 학생과 같이 수업에 똑같이 참여해 정상적인 학점을 취득한다는 것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대학가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하지만 현실은 이를 받아들이기 힘들어지는 방향으로 돌아가 학생 선수들에게 어두운 그림자가 점차 드리워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까지 학업과는 담을 쌓고 대부분의 시간을 운동을 하는 데 투자해왔던 체육 특기생들이 정상적으로 학습하도록 하는 것에 대해 기본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이다. 운동 성적만 좋으면 상급학교에 진학할 수 있던 학생들이 선수생활을 포기하거나 은퇴하면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사회에서 낙오되는 경우를 체육 현장에서 많이 볼 수 있었다. 우리 사회는 수십년동안 이러한 체육계의 구조적이고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운동장이 기울어졌다고 타박만 해왔지, 이를 정상화하려는 노력은 없었던 것이다.

운동 선수 학생들이 운동을 그만둔 이후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선 기본적인 학력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정유라 사태가 벌어진 후 ‘사후약방문식’으로 운동선수들의 학업문제해결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선수들 자신들에게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공부의 필요성을 스스로 깨닫게 하고, 미국, 일본과 같이 운동과 공부를 같이 할 수 있는 건강한 스포츠 생태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운동선수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수업에 흠뻑 빠져 지식과 지혜를 쌓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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