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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성기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블랙리스트란 이중의 덫
“금번 문예진흥기금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지원 배제 사태로 상처받으신 예술가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지난 2월 23일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및 임직원 일동’ 이름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홈페이지에 게시된 공식사과문의 일부다. 왜 이 시점에서 이런 사과문을 냈을까

예술위는 지난 2월 8일, 2017 문예진흥기금 정시공모 선정결과를 발표했다. 전국의 지자체를 거쳐 신청된 지역대표공연예술제는 말 그대로 지역을 대표하는 공연예술축제에 대한 국고지원이니 만큼 선정결과에 괌심이 모아졌다. 각 지자체의 신경전 또한 만만치 않았다.

2017년도 지역대표공연예술제 무용분야는 총 10개 단체가 신청, 9개 단체가 선정됐다. 무용분야 지원예산은 총 20억3000만원으로, 전년도 대비 1억8500원이 증액됐다. 무용분야에서 선정된 총 9개 단체 중에서 한국무용은 1개 단체 선정됐으며, 전통무용 지원은 전무한 실정이다. 95% 이상이 서양무용으로, 장르 안배를 무시한 편파지원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우선 심사위원 구성이 일반의 상식을 벗어나 있다. 무용분야 심사위원은 가장 기본적으로 지켜져야 할 장르 안배가 무시되고 현대무용 전공자 2명으로 구성됐다. 심사위원 선정에 권한을 행사한 무용분야 예술위원 역시 현대무용 전공자였다. 심사위원 자격에 대한 논란과 의심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역대표공연예술제는 지역문화예술 육성과 지역민의 문화향수권 신장 도모를 목적으로 한 사업으로 문체부에서 심의를 진행하다가 2년 전 문화예술위원회로 이관됐다. 올해 심사의 특이점은 기존단체와 신규단체를 혼융해서 심사했다는 점이다. 만약 블랙리스트 사태로 인해 피해를 입은 단체들을 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업목적이 다른 신규단체를 끼워 넣어 심사가 진행됐다면 그다지 옳은 방식은 아닌 것 같다. 이런 의구심을 품는 것 조차 조심스러운 것이 현 문화계의 현실이다. 사업목적이 다른 일부 신규단체를 이른바 끼워넣기식 혼융심사로 진행해 가장 허약한 무용계가 피해를 봤다는 자조 섞인 얘기도 들인다.

블랙리스트 작성논란에 휩싸인 문체부는 대국민사과와 함께 금년도 문예진흥기금 심사과정에 일체의 개입을 중단하고 문화예술위원회의 독립적, 자율적 심의를 독려한 것으로 알려진다. 예술위는 공정성과 객관성, 투명성이 준용되어야 할 시점에 불공정 심사와 비정상적인 행정으로 신뢰를 또 한 번 떨어뜨렸다.

국내 최고의 예술지원기관으로 권위를 자랑하는 예술위가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는 길은 무엇인가. 해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문화예술지원 심사는 좌우이념 대립의 벽을 넘어 심사과정이 공정한가, 그렇지 아니한가, 예술행정이 정상적인가, 그렇지 아니한가의 여부가 중요한 잣대가 돼야 한다.

예술가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민주주의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블랙리스트 사태를 통해 우리는 좋은 교훈을 얻었다. 이제 블랙리스트 사태으로부터 빨리 벗어나 치열한 예술창작의 현장과 마주하길 간절히 소망한다. 새봄과 함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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