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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 칼럼-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 과학문화융합포럼 공동대표] 예술과 스타트 업
신학기 첫날, 실기전공 미술대학원 학생들과 이색적인 토론 시간을 가졌다.

주제는 ‘예술과 스타트 업 (startup)의 공통점 찾기’였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생겨난 용어인 스타트업은 혁신적 기술과 창의적 아이디어를 보유한 설립한지 오래되지 않은 신생 벤처기업을 뜻한다. 예술과 신생벤처기업의 조합은 언뜻 보기에도 생뚱 맞은데다 전혀 공통점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과연 그럴까?

필자의 눈에는 둘 사이에 놀라울 정도로 공통점이 많아 보인다. ‘창의, 열정, 도전, 혁신, 모험, 젊음’은 예술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단어다. 스타트 업 하면 떠오르는 단어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 증거로 미국 추상표현주의 대표적인 화가 윌렘 드쿠닝은 ‘독립성, 새로움, 독창성을 바라는 모든 예술가의 욕망은 실은 혁신 그 자체를 바라는 욕망이다. 혁신은 예술가에게 진보가 아닌 존재를 뜻한다’ 라고 말했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인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중국기업 알리바바 그룹의 마윈 회장도 2013년 서울대학교 초청 연설에서 “희망을 눈에 담고 80세가 되어서도 그 눈빛을 잃지 말라. 그리고 매일 조금씩 변화를 만들어 진보하라. 그 진보로 당신의 아이디어를 믿는 사람을 설득하고 사회를 변화시켜라” 는 말로 청중에게 감동을 안겨주었다.

성공 가능성보다 실패 확률이 높다는 것도 둘의 공통점이다. 극소수의 예술가만이 예술의 길을 중도에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걸어간다. 예술가로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힘들면 ‘예술가로 살아남기’라는 절박한 용어까지 생겨났을까. 스타트업도 대부분 실패한다. 창업 후 1년 뒤 살아남을 확률이 10%도 안 될 정도라고 한다.

세계미술사를 펼치면 미술사의 거장들이 스타트 업이었다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 ‘모나리자’의 화가인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회화, 조각, 건축, 시, 해부학, 식물학, 지리학, 공학 분야에 정통했고 비행기, 탱크, 수력발전기, 무기, 악기 등 최첨단 장비를 연구개발한 창의적인 기술자이기도 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함께 르네상스 시대 3대 천재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미켈란젤로는 조각가인데도 과감하게 회화의 영역에 도전해 ‘인류 최고의 명화’로 칭송받는 시스티나 예배당의 천정화 <천지창조>와 제단벽화 <최후의 심판>을 남겼다.

현대미술의 황제로 불리는 피카소는 혁신적인 미술사조인 입체주의 기법을 개발하고 보급시킨 업적으로 3d 시대를 여는데 선구적인 역할을 했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예술가 백남준은 전자매체인 비디오와 텔레비전을 미술의 표현 도구로 활용한 실험 정신으로 예술과 테크놀로지가 융합하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소규모 저비용으로 누구나 창업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면서 전 세계적으로 스타트 업 열풍이 불고 있고 한국 대학가도 창업 지원에 적극적이다. 이런 사회분위기에 발맞추어 정부도 예술과 스타트 업이 융합되는 환경을 만드는 방향으로 예술융합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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