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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권용국 논설실장] 임종룡의 책임과 소신 사이
대우조선에 또 한번 천문학적인 자금지원이 진행된다. 3조8000억원에 달하는 부채는 출자전환이나 만기연장되고 운영자금 2조9000억원은 새로 쏟아붓는다. 지난 2015년 10월 4조2000억원을 들인지 불과 1년 5개월만이다. 구조조정이 아니라 구조매몰이란 비아냥까지 나온다.

공교롭게도 이 두번의 구조조정 계획은 모두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작품이다.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구조조정 전문가다. 그런 그가 이번엔 코너에 몰렸다. 줄곳 “대우조선에 추가적인 자금지원은 없다”고 얘기한게 발목을 잡았다. 자금지원 해준다면 자체 구조조정 노력이 약해질까봐 어쩔 수 없이 해 온 얘기지만 책임론이 마구 터져 나온다. “이해는 하지만 용서는 안된다”는 식이다.

사실 잘못이 없지도 않다. 조선업의 장기 시황부진을 충분히 예측하지 못했고 대우조선의 위험요인을 더 깐깐히 진단했어야 옳다. 그도 시인하는 일이다. 책임질 일 있으면 “피하지 않겠다”고도 말한다. 금융위 실무자들에겐 “책임은 내가 질테니 걱정말고 열심히 하라”고 독려한다.

하지만 공무원이 책임진다는 건 옷벗는 일 뿐이다. 어차피 두어달 후 새정권의 새 내각이 들어서면 자연스럽게 사퇴하게 되어있다. 그때까지만 긴급수혈로 버티면 그 지긋지긋한 대우조선의 족쇄에서 해방된다.

그런데 그는 굳이 책임론을 무릅쓰고 가시밭길로 갔다. “정책실패로 청문회나 검찰조사를 각오해야 할 것이란 얘기를 들을때면 사실 괴롭고 두렵습니다. 상처도 받습니다. 하지만 대우조선 문제는 국가경제적인 파급효과나 금융시장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이 너무도 커 한시도 지체할 수 없습니다. 지금 치료해야만 추가적인 손실을 최소화하고 그래야 4월 위기설도 사라집니다. 지금 할 일을 하는 것이 책임지는 자세이며 차기 정부를 위해서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2015년 당시로 돌아가 4.2조가 아닌 7조원의 지원이 필요했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처리했을 것이란 생각이 확고하다. 책임 회피보다 소신을 택한 이유다. 그래서 한진해운과의 이중잣대론 비난에도 그는 단호하다. “대우조선은 세계 최고 수준의 핵심 경쟁력을 지녔고 한진해운은 원가경쟁력 열위상태였습니다.게다가 이해관계인의 손실 분담에 실패했고 오너도 자구노력 의지가 부족했습니다.” 똑같은 과정을 거치고도 현대상선은 살아남지않았느냐는 것이다.

이참에 아예 조선산업 대형사 체제를 빅3에서 빅2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마찬가지다. 그는 98년 반도체 등의 빅딜 실무에 참여했지만 인위적인 조정은 잘못된 일이라는 생각이다. “의사타진을 해 봤죠. 꼭 현금을 주고받는 게 아니더라도 주식교환 등 찾으려고만 하면 방법이 왜 없겠습니까. 하지만 강제적인 방법은 이제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습니다. M&A는 대우조선이 제대로 정상화되고 업황이 좋을때 시장친화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그의 소신이 좋은 결과로 나타나길 기대한다. 앞으로도 소신을 가진 관료는 계속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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