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무기력 시한부 내각]‘3중’ 위기’…컨트롤타워 부재, 안에선 대선 눈치보기, 밖에선 무시당하기
[헤럴드경제=이해준ㆍ배문숙 기자]“어떻게 항상 새로운 정책을 발표할 수 있습니까. 매번 새 정책을 발표하면 일관성에도 문제가 있는 거 아니에요? 언론에서 지적하니까 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고, 그래서 발표하는 거죠.”(정부세종청사 국장급 공무원)

“40여일 후 새 정부가 들어서면 새로운 정책 방향이 나오고, 새 정책에 대한 요구가 있을 텐데, 지금 무얼 할 수 있겠어요. 지금 해봐야 방향이 다시 바뀔 수 있잖아요. 지금은 이래도 대선이 지나면 확 달라질겁니다.” (경제부처 과장급 공무원)


세종시 세종정부청사가 심한 무기력증을 앓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선고 이후 정국이 조기대선 체제로 전환하면서 현재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시한부 임시내각’이라는 것은 이미 예고됐지만, 그 심각성과 위험성이 도를 넘고 있다.

위로는 대통령 권한대행이나 부총리의 리더십이 약화돼 컨트롤 타워가 작동하지 않고, 각 부처의 정책 추진력도 급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안으로는 5월9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눈치보기와 몸사리기 등 복지부동이 심화하는 가운데 유력 대선주자에 대한 줄대기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정부 조직개편의 불확실성으로 부처간 정책조율도 삐걱거리고 있다. 밖으로는 중국의 경제보복과 미국의 자국우선주의 등 격랑이 몰아치는 가운데 현 내각에 대한 강대국들의 ‘무시하기’로 마땅한 대응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0일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선고 이후 내수ㆍ투자 활성화, 청년일자리 보완대책, 창업 활성화 대책 등을 잇따라 내놓았지만, 대부분 이전에 내놓았던 대책의 ‘재탕’이거나 추진 일정이 올 상반기 또는 하반기 등으로 미뤄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각 부처가 협업을 통해 추진해야 할 정책들이 많으나, 정책조율 기능은 사실상 사라졌다.

지난주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결정한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방안은 리더십과 정책조율의 부재를 확인시킨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대우조선 구조조정은 조선ㆍ해운은 물론 철강ㆍ석유화학ㆍ건설 등 취약산업의 구조조정의 방향을 가늠할 시금석으로, 국가경제를 고려해 각 부처가 머리를 맞대고 결정해야 할 사안이다.

정부가 정책 컨트롤타워 부재와 대내적으론 대선 눈치보기, 대외적으론 강대국들의 무시 등으로 총체적 무기력증에 빠져들고 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헤럴드경제 DB]

하지만 구조조정의 사령탑 역할을 맡고 있는 기재부나 산업정책을 총괄하는 산업통상자원부는 발을 뺀 상태에서 금융위원회 주도로 진행됐다. 기재부와 산업부는 ‘구조조정은 기업의 자구노력과 이해관계인의 손실분담 원칙 아래 채권단 주도로 진행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뒤로 물러섰다. 이에 대해 실제로는 대우조선 지원 책임론을 우려해 발을 뺐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전 정부에서는 중대한 경제정책이 공식 의사결정기구가 아닌 청와대 서별관회의 등을 통해 결정돼 ‘밀실’ 논란을 빚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이러한 정책조율 기능조차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이달 정부가 발표한 대부분의 경제활성화 대책도 각 부처가 ‘각개약진’ 방식으로 만들거나, 정책 방향을 총괄하는 기재부가 거의 일방적으로 만들어 발표해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더욱이 각 부처에서는 일상적으로 수행해야 할 업무에 주력할 뿐, 급변하는 환경과 악화하는 경제상황에 대응해 새로운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는 기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다. 가뜩이나 대내외 불확실성과 저출산ㆍ고령화와 산업구조의 변화 등 구조적 요인으로 경제가 어려운 상태에서, 정부의 리더십과 추진력까지 약화돼 더욱 심각한 어려움에 빠질 것이란 우려가 높은 상태다.

hjl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