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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기력증 빠진 시한부 내각] 中·日 회의체 외면, 美는 대선에 ‘관심’
주변강국 ‘한국무시’ 전략에 속수무책

지난 17일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총재 회의가 열린 독일 바덴바덴에서 중국의 샤오제(肖捷) 재정부장(재무장관)과 양자 면담을 추진했다. 당시 중국이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을 노골화하고 있던 때여서, 한중 재무장관 면담이 양국 경제관계의 전환점이 될 것이란 기대가 많았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일정을 확정하지 않던 중국은 끝내 면담을 무산시켰다. 중국 측은 외교상 ‘일정이 맞지 않는다’는 것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사드 문제로 촉발된 경제문제를 한국의 현 경제부총리와 대화로 풀 수 없다’는 메시지나 다름 없었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인 지난 23일 중국은 하이난(海南)성 보아오에서 ‘아시아의 다보스포럼’이라는 보아오 포럼을 성대하게 열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해 아시아와 세계의 주요 지도자와 각국의 장관급 고위인사, 세계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 등 2000여명이 참석했지만, 한국 정부 측 인사는 찾을수 없었다. 당초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다자간 무역시스템과 자유무역협정’ 토론에 초청 받았지만, 주최 측이 이 세션을 취소하면서 주 장관 초청도 취소해 버렸기 때문이다. 중국 측에선 ‘패널 구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불가피하게 세션을 취소한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한국 정부 인사를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이다.

우리 정부가 안에선 대선 정국으로 리더십 부재와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으로 무기력증에 빠진 상태에서, 밖에선 노골적으로 ‘무시’ 당하고 있다. 대통령 탄핵과 5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한부 임시내각’으로선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그 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특히 대외 불활실성의 파도가 밀려오는 상황에서 이러한 ‘무시’로 위기 대응력에 큰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다.

앞서 일본은 올해초 부산 일본총영사관 앞의 위안부 소녀상을 이유로 한일 통화스와프 협상 중단을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일본과 협상을 진행하던 기재부와 한은은 불쾌감을 드러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대외안전망을 구축하려던 정부의 구상에도 차질이 빚어졌지만, 정부는 “우리가 먼저 통화스와프 협상을 재개하자고 제안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으로 맞대응했다. 어차피 차기 정부가 들어서기까지는 일본이 한국의 현 정부와 경제협력 논의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미국과의 협력에 기대하고 있지만, 미국도 자국우선주의를 노골화하면서 대선 정국의 추이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독일 바덴바덴에서 열린 한미 재무장관 회담에서도 미국은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을 뿐 진지한 논의를 하지 못했고, 최근 방한한 미 국무부 고위관리는 유력 대선후보들을 잇따라 만나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미국이 한미 자유무혁협정(FTA)을 재협상하자고 나올 가능성이나, 다음달 미 재무부의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강대국들의 이러한 ‘한국정부 무시하기’는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을 더욱 떨어뜨릴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한국이 리더십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주요 경쟁국들이 자국 이익을 위한 ‘한국 때리기’를 노골화해 ‘외풍(外風)’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해준 기자/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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