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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 칼럼-박인호 전원칼럼니스트] 귀농인 현장교육 ‘꿩먹고 알먹고’
‘귀농인 선도농가 현장실습 교육’이란 게 있다. 대개 전입한 지 만 5년 이내의 귀농인(멘티)이 5개 월 동안 성공한 선도농가(멘토)의 농장에서 직접 실습을 통해 농사기술과 마케팅 등을 배운다. 배우는 귀농인은 월 80만원, 지도하는 선도농업인은 월 40만원을 각각 받는다.

이 교육 사업은 농촌진흥청에서 각 지방자치단체의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진행한다. 선도농가와 귀농인 모두 호응이 높고 평가도 좋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16년 귀농·귀촌 실태조사’에서 귀농인 이수 교육 가운데 만족도(83.3%)가 가장 높았다.

그러나 근래 들어 부정적인 비판도 만만치 않다.

“돈을 받으니 당연히 만족도가 높은 거지요”

“멘토와 멘티가 서로 짜고 치기도 합니다”

“멘토 선정에 있어 납득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어요”

왜 이런 말이 나올까. 강원도 A군의 사례를 보자.

A군은 최근 이 교육의 일환으로 선도농가 6명, 귀농인 9명을 선정했다. 그런데 멘토 한명이 구설에 올랐다. 그는 농사를 짓고 있지만 주력은 체험농장 운영이다. 작물 전문 선도농가와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도 ‘작물ㆍ체험’선도농가로 선정되었다.

구설에 오른 그를 포함한 멘토 3명은 각각 멘티 2명씩을 배정받았다. 동일한 시간과 장소에서 함께 가르쳐도 멘토 수당은 따로 정산해 월 80만원을 받게 된다. 공교롭게도 그는 지역 귀농ㆍ귀촌단체의 회장을 맡고 있다. 구설을 낳은 진짜 이유다.

이런 이상한 사례는 비단 A군에 국한되지 않는다.

귀농인 선도농가 현장실습 교육은 외견상 만족도가 매우 높다. 하지만 만족도 높은 진짜 이유가 멘토와 멘티가 서로 짜고 쳐서 ‘꿩 먹고 알 먹기’ 때문이라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멘티 입장에서 보면 돈도 벌고 농사기술도 배우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멘토 역시 돈도 벌고 일손도 덜 수 있으니 일석이조인 셈이다. 더군다나 멘티의 자격이 농촌으로 전입한 지 만 5년까지이니 서로 잘 알고 지내는 선배 농업인과 후배 귀농인 끼리 짜고 치기에 그만이다. 심지어 도시의 친구나 후배, 지인이 요양 차 교육생으로 들어온 경우도 직접 보았다.

농진청과 각 지자체는 외견상 높은 교육 만족도에만 안주해서는 안 된다. 이런 일그러진 행태를 바로잡는 개선책을 내놔야한다. 멘토는 작물 재배경력 5년 이상으로 하고, 멘티는 전입 만 2년 이내로 제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1멘토ㆍ1멘티’를 원칙으로 더 많은 ‘진짜’ 멘토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가짜’는 걸러내야 한다. 멘티 역시 마찬가지다.

2009년 제2차 귀농귀촌열풍이 시작된 지 벌써 햇수로 9년째다. 올해부터 2021년까지 5년 단위의 ‘귀농ㆍ귀촌 지원 종합계획’도 시행에 들어갔다. 이미 귀농·귀촌인 유치 및 정착 지원을 위한 다양한 사업들이 진행 중이고, 또한 새로 만들어지고 있다.

정책당국과 각 지자체는 행여나 짜고 치는 곳에다 예산을 낭비하면서 외견상 만족도만 높이는 사업은 아닌지 철저하게 점검하고 뒤틀린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 귀농인 교육지원 사업마저 ‘눈먼 돈’, ‘못 먹으면 바보’라는 비아냥거림이 들려서는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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