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세단도 아니고 SUV도 아닌 형태의 차를 굳이 살 필요가 있을까?’

볼보가 자사의 정체성을 가장 대표하는 모델이라고 강조한 크로스 컨트리. 이 차를 시승하는 과정은 이 같은 의문을 푸는 과정이기도 했다. 크로스 컨트리는 볼보 본고장인 스웨덴에서 현지 특유의 험지와 거친 날씨에 맞게 개발된 모델이다.

크로스 컨트리 미디어 시승을 진행하기 위해 선두차량으로 S90이 세워져 있었다. 제원상으로는 크로스 컨트리의 높이(전고)가 S90보다 100㎜ 정도 높지만 일단 눈으로만 봤을 때는 그 차이가 크게 구분되지 않았다.

대신 지면으로부터 올라온 밑바닥 높이를 보니 분명한 차이가 눈에 들어왔다. 크로스 컨트리가 S90에 비해 확실히 땅에서 제법 떨어져 있었다.

시트에 앉는 느낌도 조금 달랐다.세단이 안락한 소파에 앉는 것이라면 크로스 컨트리는 카페 창가 앞에 놓여 있는 약간 높은 의자에 앉는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전반적으로 SUV보다 세단에 앉았다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들었다. 그만큼 세단처럼 푹 안기는 기분이었다. 시야는 세단보다 높고 SUV보다는 낮았다. 이는 과거 시승했던 BMW의 GT와 조금 유사한 느낌이었다.

이 같은 착감을 바탕으로 시승을 시작했을 때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디젤 엔진임에도 매우 정숙하다는 것이었다. 크로스 컨트리에 탑재된 직렬 4기통 트윈터보 디젤 엔진은 저속에서 매우 부드러우면서도 조용하게 작동됐다.

S90보다 지상고를 60㎜ 이상 올린 디자인적 요소는 실제 주행에서 매우 실용적으로 발휘됐다. 지상으로부터 단 60㎜ 정도만 더 올라왔음에도 노면음이 완벽에 가깝게 차단됐다. 앞서 S90을 시승했을 때와는 확연히 이 부분에서 크로스 컨트리가 우세했다. 작은 엔진음에 노면음이 대부분 차단되니 세단 승차감은 더욱 부각됐다.

60㎜ 상승된 지상고의 효과는 여주 저류지에서 체험한 오프로드 시승에서도 나타났다. 작은 돌들과 거친 풀들이 바닥에 깔린 길을 제법 빠른 속도로 달린 뒤 차 밑바닥을 살폈을 때 흙먼지 외에는 크게 긁히거나 부딪힌 흔적이 없었다. 코스 도중 툭 튀어 나온 돌부리도 있었는데 크로스 컨트리는 이를 여유있게 지나갔다.

반면 주행모드 중 오프로드 기능은 특색이 다소 약했다. 시속 40㎞로 제한해주는 게 주목적이지만 가속페달에 힘을 주면 40㎞를 쉽게 넘겼고, 그 때마다 오프로드 모드가 꺼졌다. 내리막길서 시속 10㎞ 이하로 잡아주는 HDC(Hill Decent Comtrol)가 있지만 체험해볼 수 있는 코스는 없었다. 또 오프로드 시 승차감 개선을 위해 프리미엄 SUV에 장착된 서스펜션 상승 기능도 크로스 컨트리에 있지 않았다. 거친 길을 안정적으로 다니기엔 무난하지만 그렇다고 오프로드를 즐길 정도의 특화 기능은 부족했다.

최고출력 235ps, 최대토크 48.9㎏ㆍｍ 성능의 엔진은 순간적인 거센 가속력을 내기보다는 차분히 속력을 쌓아가는 타입이었다. 이에 부드러운 고속주행을 선호하는 경우에 더 적합할 수 있다.

XC90, S90과 센터페시아 구조는 거의 같다. 주행모드를 바꾸는 방식은 주행 도중 다소 불편했고, 상당 부분을 담고 있는 디스플레이는 한눈에 들어오기까지 시간이 제법 걸렸다.

XC90, S90과 같이 반자율주행 기능이 기본 적용됐는데 회전구간이나 차량이 적었을 때는 활용도가 약한 편이었다. 기본 모델은 6990만원이고, 360도 카메라와 바워스&윌킨스 스피커가 적용된 프로 모델은 7690만원이다. 80㎞씩 160㎞를 2인 1조로 번갈아 가며 시승한 결과 연비는 각각 10.8ℓ/100㎞, 10.6ℓ/100㎞로 집계됐다. 제원상 연비는 미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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