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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트바젤홍콩 2017 리뷰] 亞 대표 미술‘시장’에서 미술도시로
- 올 관람객 8만명…블루칩 작품은 ‘인기’
- 페어 이외 비영리기관ㆍ미술관 전시도 활발

[헤럴드경제] 지난 주 홍콩은 올해로 5회째를 맞은 아트바젤 홍콩을 보기 위해 전세계에서 몰려든 미술관계자와 콜렉터로 넘쳐났다. 일반인들의 관심 역시 점점 높아져 페어 주최측은 관람객이 8만명에 이르렀다고 발표했다. 올해에는 34개국에서 242개의 갤러리가 참여했는데, 이중 29개의 갤러리가 처음 참가하는 갤러리였다. 작년에 비해 참여 갤러리수는 소폭 증가했다.

중국정부가 작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자본유출 통제조치에 들어가면서 미술시장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예측도 많았다. 하지만 성장하는 아시아 시장에서 새로운 고객을 발굴하기 위해 전세계 갤러리들은 꾸준히 아트바젤 홍콩으로 유입되고 있다. 아트바젤과 UBS가 공동발간한 ‘2017년 미술시장(The Art Market 2017)’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말 기준 처음으로 아태지역 고액자산가 숫자가 북미지역을 넘어섰다고 한다. 이중 반 이상이 중국인임을 감안할 때 그리고 중국 중산층의 급성장을 고려할 때 아시아는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인 것이다. 

Kingsley Ng, Twenty-Five Minutes Older, Image courtesy of the artist, Art Basel

▶한국갤러리 9개 참여=아트바젤 홍콩에서는, 국가관을 운영하는 베니스 비엔날레만큼 노골적이지는 않지만 은근히 국가간의 경쟁에 빠져들게 된다. 올해 아트바젤 홍콩에 참여한 한국 갤러리는 9개로 예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20/21세기 작품 위주의 대형 갤러리들이 참여하는 <갤러리즈(Galleries)> 에는 국제 갤러리, 아라리오, 원앤제이, 학고재, 피케이엠 갤러리가 참여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 갤러리들이 그 지역 작가를 소개하는 <인사이트(Insights)>에 참여한 갤러리는 313 아트 프로젝트(박기원), 리안 갤러리(박종규), 박여숙 화랑(김종학, 유승호), 갤러리 엠(센 정, 이진한)이었다.

신진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는 섹터인 <디스커버리즈(Discoveries)>에 참여한 한국 갤러리는 없었다. <인카운터즈(Encounters)>는 아트페어의 부스 형식을 탈피하여 전시장 곳곳에 대형 설치작품을 선보이는 섹터인데, 여기서는 김수자 작가의 ‘연역적 오브제(Deductive Object)’를 만날 수 있었다. 이 작품은 2016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현대차 시리즈 2016: 김수자-마음의 기하학>에서 소개된 바 있다. 

Kukje Gallery / Tina Kim Gallery, Kimsooja, © Art Basel, Courtesy Art Basel

아트바젤 홍콩은 올해 새로운 섹터인 <카비네트(Kabinett)>를 선보였다. <갤러리즈> 섹터의 갤러리들만이 참여할 수 있는데, 각 갤러리 부스에 별도의 공간을 마련하여 큐레이팅된 전시를 진행한다. 국제 갤러리는 <카비네트>를 통해 단색화 작가인 권영우 작가의 작품과 함께 사진, 편지, 인터뷰, 도록, 리플렛 등을 전시하여 작가의 작품세계를 심도 있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몇 년간 아트페어 부스에서 익숙하게 만났던 정상화, 윤형근, 박서보 등 단색화 작품과 아트페어에 단골로 등장하는 서도호, 이불, 양혜규, 전광영 작가에 덧붙여, 2017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작가로 참여하는 코디 최의 작품까지 다양한 한국 작가의 작품이 전시됐다.

특히 리안 갤러리는 전시장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서 CCTV 모니터에 실시간 영상을 보여주는 박종규 작가의 작품 ‘구경꾼들의 미로(Maze of Onlookers)’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범죄예방 목적으로 설치되던 CCTV는 이제 감시의 수단으로 변질되었고 현대인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수많은 감시카메라에 노출되고 있다. 이러한 아이러니와 위협받는 인간의 권리를 표현한 이 대형 미디어 설치 작품은 수많은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Arario Gallery, © Art Basel, Courtesy Art Basel

▶블루칩 작품 인기는 그대로=대형 갤러리의 불루칩 아티스트들은 VIP 프리뷰의 시작과 함께 판매소식을 알렸다. 데이비드 즈워너(David Zwirner) 갤러리는 뤼크 튀이만(Luc Tuymans)의 대형 회화 두 점을 각 미화 150만 달러에 판매했고, 하우저 & 워스(Hauser & Wirth) 역시 프랑크 아우어바흐(Frank Auerbach)와 마크 브래드포드(Mark Bradford)의 회화작품을 페어 첫날 거래에 성공했다.

화이트 큐브(White Cube)는 47만 5천 유로의 게오르그 바젤리츠 (Georg Baselitz) 회화작품과 미화 75만 달러의 티에스터 게이츠(Theaster Gates) 작품을 판매했다. 리슨갤러리(Lisson Gallery)는 아니시 카푸어(Anish Kapoor), 라이언 갠더(Ryan Gander), 줄리언 오피(Julian Opie), 쉬라제 후쉬아리(Shirazeh Houshiary)의 작품을 5만-75만 파운드에, 대만의 티나켕 갤러리는 쑤 샤오바이 (Su Xiaobai)의 작품을 80만-150만 위안에 판매했다.

STPI와 리만머핀(Lehmann Maupin)에서는 서도호 작가의 천으로 만든 조형 작품이 인기가 좋았다. 특히 페더필딩에 위치한 리만머핀 갤러리에서는 서도호 작가의 신작인 영상작품과 드로잉을 선보여 큰 호응을 받기도 했다. 

Victoria Miro, © Art Basel, Courtesy Art Basel

▶전시장 밖에서 만난 아트바젤=전시장 밖에서도 아트바젤 홍콩의 행사는 이어졌다. 이 중 가장 인기 있었던 프로그램은 25분간 홍콩의 상징적인 트램을 타고 홍콩이라는 도시를 재발견할 수 있도록 고안된 킹슬리 응(Kingsley Ng)의 작품 <25분 이상(Twenty-minutes Older)>이었다. 킹슬리 응을 비롯해 필자가 <아트마켓 홍콩: 아트바젤은 왜 홍콩에 갔을까?>를 쓰기 위해 2013-14년에 걸쳐 인터뷰한 홍콩 작가들은 홍콩미술계와 동반성장 중이었다. 리킷은 마시모 데 카를로(Massimo de Carlo) 갤러리의 <카비네트> 섹션에서 회화와 영상작품을 선보였고, 초춘파이는 살롱(Salon) 프로그램에서 만날 수 있었다.

미술시장은 미술계를 구성하는 한 요소일 뿐 시장의 번영만으로는 미술계가 유지되지 않는다는 것을 빠르게 습득한 홍콩은 미술생태계를 굳건히 다지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아트바젤 홍콩과 긴밀하게 협력하며 급속도로 성장하는 홍콩의 비영리 기관들을 보면 홍콩의 미술생태계가 더욱 탄탄해지고 있음을 실감한다. 

Kaikai Kiki Gallery, © Art Basel, Courtesy Art Basel

홍콩이 경매를 통해 아시아 미술시장의 중심으로 떠올랐던 2000년대 후반에는 홍콩을 대표하는 이름난 비영리 공간은 파라/사이트(Para/Site Art Space) 하나였다. 이제는 아시아의 독보적인 미술 아카이브인 아시아 아트 아카이브(Asia Art Archive), 2012년 문을 연 이후 활발한 국제교류로 유명한 스프링 워크샵(Spring Workshop), 2012년 전시장 개관 후 흥미로운 전시로 아트바젤 홍콩 기간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아시아 소사이어티(Asia Society) 등이 단단히 입지를 굳혔다. 여기에 후발주자인 코넥팅 스페이스(Connecting Space), 밀식스 파운데이션(Mill 6 Foundation) 등도 존재감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미술관인 M+와 전시공간인 오이!(Oi!)도 전시를 통해 홍콩의 문화와 지역 작가들의 프로모션에 힘썼다.

아트바젤 홍콩을 찾은 미술계 인사들과 콜렉터들은 갤러리뿐 아니라 홍콩 곳곳에 위치한 비영리 기관을 순례하며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접한다. 이것은 그들을 매년 3월 홍콩으로 끌어들이는 힘으로 작용한다. 이처럼 유기적으로 연결된 홍콩의 미술시장과 비영리 기관은 올해도 윈-윈하는 모습을 보였다. 

글ㆍ박수강(에이엠콤파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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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엠콤파스는 2013년 서울에서 설립되어 현대미술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를 높이고자 미술시장 리서치 리서치, 미술전문서적 발간, 강의, 전시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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