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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제야 말한다] 입 열기 시작한 기업 “청와대 반복적인 요청 불쾌했다”
-KT “청와대 지시 때문에 없는 보직 만들어”
-朴 파면 후 기업인들 적극적으로 법정 진술

[헤럴드경제=김현일ㆍ이유정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이후 법정에선 박 전 대통령을 겨냥한 기업인들의 폭로성 증언이 쏟아지고 있다.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에 연루된 이들 기업인들은 최근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VIP(박 전 대통령)의 뜻이라 거스를 수 없었다”며 청와대가 기업 경영에 개입한 정황을 적극 진술했다.

황창규 KT 회장은 전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최 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차은택 씨 등의 재판에 나와 “청와대의 거듭된 인사채용 요구가 불쾌했다”고 털어놨다.

[사진제공=연합뉴스]

황 회장은 차 씨의 측근인 이동수 씨를 IMC(통합마케팅) 본부장으로 발령낸 경위를 설명했다. 애초 KT는 이 씨에게 상무급 자문역을 제안했지만 ‘직급을 상향해서 채용해달라’는 안 전 수석의 거듭된 요구가 있었던 탓이다. 황 회장은 “당시 정기인사철도 아니었고 상식에도 맞지 않다고 느꼈지만 이 씨를 위해 ‘원포인트 인사’를 했다”고 진술했다.

KT는 이 씨의 자질 검증을 위해 새로운 보직까지 만들기도 했다. 황 회장은 “(전무급의) 브랜드센터장은 이 씨를 검증하기 위해 새로 만든 직책으로, 없던 조직을 만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대통령의 관심사항인 데다 안 전 수석이 누차 부탁했기 때문에 (이 씨의 채용 요구를) 거절하기가 상당히 어려웠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용환 현대차 부회장도 같은 날 증인으로 나와 최 씨 측근이 운영하는 원동기 흡착제 제조업체 KD코퍼레이션과 납품계약을 맺은 배경을 설명했다.

김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과의 면담 후 안 전 수석으로부터 ‘(KD코퍼레이션이) 유용한 기술을 가진 회사이니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며 “그러나 (KD코퍼레이션이) 인터넷으로도 검색이 안 되는 회사여서 청와대에 재차 업체명을 물은 적이 있다”고 했다.

결국 현대차는 청와대 요구를 받고 하루 만에 KD코퍼레이션과 납품계약 관련 회의를 진행하는 등 빠르게 움직였다.

검찰이 인터넷에도 안 나오는 회사와 납품 계약을 맺은 경위를 묻자 김 부회장은 “(청와대 요청을 거절하기에는) 장래에 있을지 모를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하루 만에 진행한 건 이례적이지 않느냐’는 검찰 측의 질문에 김 부회장은 “상당히 빨리 진행된 일”이라고 인정했다.

앞서 증인으로 출석했던 권오준 포스코 회장 역시 청와대의 무리한 요구에 대해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지구상에 있나라고 생각했다”며 강한 불만을 털어놓은 바 있다.

권 회장은 지난해 2월 박 전 대통령과 독대한 자리에서 여자 배드민턴팀을 지원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안 전 수석은 최 씨가 운영하는 더블루K에 배드민턴팀 운영을 맡기도록 했다.

박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 이후 구속 위기에까지 이르면서 앞으로 박 전 대통령을 겨냥한 기업인들의 발언 수위도 점차 거세질 것으로 법조계는 전망하고 있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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