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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국가보건의료 시스템 수출 1호의 함의…박은철 연세대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나라가 어수선하면 좋은 소식도 금새 묻혀 버리는 것 같다. 지난달에 계약이 체결된 ‘바레인 국가건강보험시스템 구축 협력 프로젝트’가 단적인 예다. 중동의 소국 바레인의 국가보건최고위원회와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체결한 이 계약으로 우리의 건강보험 정보시스템이 바레인에 수출되는 길이 열렸다. 이는 한국의 국가 보건의료시스템이 수출되는 최초 사례다. 과거 보건의료부문에서 병원 단위의 시스템이 수출된 예가 있었지만, 국가 단위 시스템이 수출되는 것은 처음이다. 특히 1977년 우리나라가 국민건강보험제도를 도입한지 40년째를 맞는 올해 성사됐다는 점에서 더욱 뜻 깊다고 하겠다.

우리가 수출하는 건강보험 정보시스템은 총 155억원 규모로 크게 세 가지 부분인데 ▷의약품 유통정보 관리, 의약품 안전점검 및 약국관리 등 국가의약품관리시스템 ▷보건의료 인력·시설·장비 관리, 급여기준 관리, 청구 및 심사 관리와 모니터링의 국가건강보험 정보시스템 ▷의료정보 분석과 의료정보 활용의 국가의료정보 활용시스템 등이다. 이는 우리의 우수한 정보통신(IT) 기술력과 보건의료 빅데이터 처리능력을 기반으로 한 ‘건강기술(health technology)’의 전형이다.

바레인은 인구 100만여명의 작은 나라이지만 중동국가들 중 최상위권의 보건의료 수준을 보유하고 있고, 전 국민 건강보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중동 산유국 6개국으로 구성된 걸프협력회의(GCC)의 일원이기도 하다. 중동국가들이 국가 보건의료시스템을 개선하고자 고민하는 현 상황을 감안하면, 이번 수출은 중동의 다른 여러 국가들에게 작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다. 인접한 북아프리카 국가들에도 수출 문호가 열릴 가능성이 있다.

국가의 한 시스템을 수출하는 것은 대한민국 시스템의 우월성을 증명한다는 점에서 경제적 가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이번 일이 우리의 건강보험 자체가 우월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우리나라 건강보험의 복잡성이 건강보험 정보시스템을 우월하게 발전시켜온 측면도 있다. 즉, 건강보험 정보시스템을 수출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건강보험제도가 개선되는 기회도 될 수 있으므로 이번 일은 우리의 건강보험과 건강보험 정보시스템 모두를 더욱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건강보험 정보시스템의 수출 노력은 계속 추진돼야 할 것이다. 구매력이 떨어지는 개발도상국에 대해서도 건강보험 정보시스템을 원조해 대한민국의 영향력을 키워나갈 필요가 있다. 국제연합(UN)의 지속개발목표 중 하나인 보편적 의료보장을 달성하는 데 있어 한국의 건강보험 정보시스템은 수출을 통해 그 가치를 인정받았기에 인류의 보편적 의료보장에 기여할 수 있고, 또 기여해야 할 것이다. 이번 건강보험 정보시스템 수출은 원조를 받던 국가에서 원조하는 최초의 국가가 된 대한민국이 이제 국가 시스템까지 수출하는 최초의 국가가 됐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결코 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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