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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강한 회삿밥 ④] 해초무침과 채소가 듬뿍…강남 메리츠타워
서울 강남역을 중심으로 동서남북으로 크고 작은 온갖 회사들이 몰려있다. 시계가 정오를 땡 치면, 사무실을 탈출한 직장인들이 대로로 쏟아져 나온다. 그 시간, 그들에겐 “뭐 먹지?”라는 질문의 답을 찾는 게 지상과제다. 하지만 뭘 고르더라도 가격과 건강이 걱정이다. 강남역 일대서 저렴한 점심밥을 찾긴 쉽지 않다. 보통이 1만원 내외로 부담스럽다.

강남역사거리에 있는 메리츠타워 입주사 직원들은 그런 걱정에서 다소 자유롭다. 지하에 제법 근사한 직원식당이 마련된 덕분이다. 이곳에선 10곳 내외의 입주사, 직원 1000여명이 매일 점심을 먹는다.

강남 메리츠타워 직원식당은 한식·중식·건강식 등 다양한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강남 메리츠타워 직원식당을 찾았다. 흔한 구내식당을 예상했으나, 이곳 식당은 대형 쇼핑몰의 여느 푸트코트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다양성’을 내세웠다. 한식부터 중식, 피자 등 다양한 먹을거리가 준비돼 있었다. 직원들은 식당 입구 벽면에 설치된 대형 메뉴판 앞에서 메뉴를 고심했다.

이곳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건 ‘건강밥상’이다. 이날 나온 건강식 이름은 ‘채소듬뿍 드라이카레와 해초두부씨앗무침’이다. 조금은 긴 이름인데 사이사이 ‘채소듬뿍’, ‘해초’ 같은 단어들이 “왠지 건강할 것 같다”라는 인상을 줬다.

밥과 반찬은 5개 칸으로 나뉜 찬합에 사이좋게 나뉘어 담겨 나온다. 현미밥을 베이스로 메인 반찬은 가지조림ㆍ채소ㆍ다진고기를 곁들인 드라이카레, 서브메뉴는 해초두부무침ㆍ저염김치ㆍ치자에 절인 콜라비로 구성됐다. 방울토마토도 딸려 있었다. 양이 꽤 많아 보였다.

맛은 어떨까. 일단 총평은 ‘짜지 않다’였다. 드라이카레에 뿌린 오리엔탈소스가 그나마 옅은 짠 맛을 냈다. 김치도 보통의 식당에서 나오는 짜디 짠 김치와는 달랐다. 전체 나트륨 함량은 1119㎎이다. 참고로 신라면에 든 나트륨이 1800㎎ 수준이다. 익히지 않은 채 나오는 양상추와 콜라비는 아삭한 맛이 일품이었다. 잘 익은 방울토마토는 신선했다.

나트륨을 이 정도로 낮출 수 있는 비결은 ‘직접 조리’에 있다. 식품공장에서 만든 완제품이나 반조리 제품을 쓰지 않는다. 영양사와 조리사 5~6명이 오롯이 건강식 코너에만 매달린다. 손이 많이 가는 셈이다.

이곳 식당을 위탁운영하는 이재숙 아워홈 점장은 “건강메뉴는 원물을 가져와서 모든 반찬을 당일에 직접 조리한다”고 설명했다. 오리엔탈소스도 저염 나트륨대로 직접 만든 것이라고 했다.


이 건강 메뉴는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게 아니다. 이곳 식당에선 일주일에 두 차례(화ㆍ목)만 준비한다. 하루에 80인분만 마련한다. 11시 30분에 배식을 시작한 지 1시간도 지나지 않아 준비한 찬합이 모두 동났다. 영양사는 식당 입구 메뉴판에 ‘SOLD OUT’이 적힌 종이를 붙였다.

직원들은 6000원을 주고 건강 메뉴를 먹는다. 구내식당 치고는 저렴한 편은 아니지만, 회사 바깥 점심값과 견주면 합리적이다. 이재숙 점장은 “건강식을 원하는 직원분들은 아예 일찍 식당으로 내려온다”며 “꾸준히 먹고 살 빠졌다는 피드백을 받을 때가 가장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박준규 기자/n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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