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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이현수 청주폴리텍대 학장] 본전생각과 청년고용
청년실업은 지난한 문제다. 진단과 해법도 백가쟁명이다. 프린스턴대학의 대니얼 카너먼 교수는 투자실패의 대표 원인으로 ‘이제까지 들어간 돈’을 의미하는 매몰비용 효과를 들었다. 제아무리 많은 돈이 들어갔어도 미래에 어떤 도움도 주지 못한다면 의사결정에 반영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본전생각’에 따른 행동은 결국 비효율적이라는 얘기다.

일자리 미스매치도 결국 만족의 차이다. 본전생각의 발로다. 대학 졸업 후 안정적 직장을 원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기회비용 기대치다. 막대한 교육비 투입의 당사자인 부모는 물론이고 대졸자 청년의 눈높이도 본전생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합리적인 판단이 아닌 기 투입된 비용에 대한 미련은 불합리한 집착으로 ‘매몰 비용의 오류’를 수반한다. 예측 가능한 판단을 내릴 때는 오직 미래에 얻게 될 효용만을 근거로 삼아야 한다.

이런 ‘매몰비용의 오류’가 청년실업의 원인중 하나일 수 있다. 요즘 청년층은 소득 2만 달러 시대에 교육받고 최강의 스펙을 갖춘 세대다. 이들에게 ‘본전생각’에 대한 배려 없이 눈높이의 하향평준화만을 윽박질러서는 곤란하다. 정규직 중심의 견고한 고용구조와 대학교육의 맹점에대한 진단이 먼저다.

청년고용의 봄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 우리가 가야하는 길이다. 목전에 다다른 대선의 주요의제로 불안정 고용과 교육혁신이 거론되야하는 이유다. 기득권을 혁파하는 사회개혁이 전제되지 않고선 청년실업 해소를 기대하기 어렵다. 일방적 취업교습 우선주의로 치닫고 학생들의 관심은 온통 취업에만 집중된 대학의 현실을 과감히 해체해야한다.

대학을 대학답게, 청년을 청년답게 할 방도는 직무능력 중심채용이다.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는 비용 대비 수익 측면에서 결코 추천할 만한 투자가 아니다. 생계형 시대를 살아온 기성세대는 자식이 조금이라도 좋은 일자리를 얻길 바라며 경제적 고난을 감수해서라도 학력위계사회에 연착륙하길 바라지만 취업을 위한 대학졸업의 신화는 소멸되어간다.

더디 가더라도 직무능력 중심의 실용교육에 공을 들여야 한다. 대학교육의 이 같은 혁신이 선행되면 기업이 움직인다. 그것이 청년들의 본전생각에 조응한 대학의 과제이다. 언제까지 청년의 눈높이 탓만 할 것인가.

청년실업자가 차고 넘치는 사회는 불안정하다. 청년들이 삶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열정을 상실하면 우리의 미래를 이끌어갈 원동력마저 기대할 수 없다. 수요자에 대한 배려 없이 공급자 중심의 교육을 진행하는우리 대학들이 본전생각 절로 나게 만들고 있다. 오늘날 대학서열이 사회문제시 되는 것은 청년의 잣대를 학습역량만으로 규정하기 때문이다.

직무능력을 배양하는 대학이 대접받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런 대학이 고용의 품격을 결정한다. 품성과 실무능력을 겸비한 융합적 인재 양성, 녹녹치 않지만 그 해답을 찾기 위해 호흡을 길게 하는 일이 필요하다. 실용학문 중심과 조직 내 사람의 향기를 가져올 인성교육으로의 교육혁신을 의연하게 채비해야 한다. 청년들이 더는 본전생각 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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