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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택시기사님 2탄
후배가 말했다. “부장 칼럼 중 가장 재미있었던 게 택시 기사 얘기같아요.”

3년전의 칼럼 얘기인 모양인데, 기억이 난다.

2014년 3월께다. 매일 아침 5시40분께 집앞에서 택시를 타는데, 어느날 탄 택시 기사가 물었다.

“이 시간에 타세요?” “네.”

다음날 아침, 집앞을 나서는데 누군가 10여미터쯤 달려오더니 “타시죠”라고 한다. 전날의 택시기사였다.

“이 시간에 돌아다녀봤자 힘든데, 앞으론 제 차 타시죠.”

그렇게해서 거의 1년간 그 택시를 타고 출근했다. 그 기사로선 고정손님을 만든 것이고, 나로서도 자가용 운전기사가 생긴 셈이니 서로 좋았다. 70살이 넘은 그 기사님과 1년간 많은 대화를 했다. 세월호 아픔도 얘기했고, 정치인 욕도 했고, 힘든 세상살이 한탄도 했다. 그러다 “힘이 들어 시골로 내려간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그와의 인연은 정리됐다. 그 스토리를 당시 칼럼으로 썼다. 후배와 이야기 도중 “칼럼 써야 하는데, 이슈도 없고 뭘 쓰지?”라고 혼잣말처럼 했더니, 후배가 그 칼럼을 상기시켜 준 것이다.

그러고보니 요즘 다시 운전기사가 생겼다. 얼마전 탄 택시 기사 역시 내가 같은 시간, 같은 장소로 출근한다는 것을 알곤 집앞 신호등 옆에서 기다렸고, 같은 이유로 인연을 또 맺었다. 이번 기사님도 70살이 넘었다. 다른 게 있다면 예전 기사는 정치나 사회 이슈에 침을 튀겨가며 울분을 토하는 쪽이었다면 이번 기사는 옛날을 거론(?)한다는 것이다.

며칠전만해도 이랬다. “옛날이 좋았어요. 70~80년대 택시 바빴지요. 이촌동에서 광화문으로 출근하는 사람이 많았거든요. 합승이 예사였지요. 한번은 꽉꽉 끼워 다섯명을 태운 적도 있지요. 경기 불황을 떠나 그땐 사람 냄새 풀풀 났었는데….”

어제는 눈을 지긋이 감으며 고향에 푹 빠진다. “제가 태어난 곳이 ○○인데요. 정말 좋은 곳이죠. 손주들 용돈 주려고 택시하고 있지만, 1~2년 후 내려가야죠.” 미주알 고주알식 어투가 정답다. 옛날에 대한 그리움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게 그리 싫지는 않아서일 것이다.

그런데 오늘은 생뚱맞은 화제를 던진다.

“전 미세먼지를 뿌리뽑는 사람에게 투표할 겁니다.” 대선 얘기다.

“오늘만 해도 그래요. 중국 황사가 오면서 미세먼지가 또 나빠진다고 하잖아요? 중국○들 때문에 내가 미세먼지 먹고 살아야 합니까? 당당하게 중국에게 미세먼지 보내지 말라고 따지는 대통령, 전 이번엔 미세먼지 대책을 잘 내놓는 사람한테 투표할 거예요. 옛날이 좋았지요. 화창한 날, 말끔한 날을 보기가 어려운 날을 어디 내가 살줄 알았겠어요?”

그러고보니 지난 주말 공기가 안좋아 베란다에 빨래를 널어도 잘 마르지 않는다고 투덜대던 아내의 말이 오버랩된다. 미세먼지 참 심각하긴 심각하다.

택시에서 내릴때 자연스럽게 화답이 나온다. “기사님 말씀이 백번 옳네요. 공기 안좋은데 살순 없죠. 저도 결정은 못했는데, 기사님처럼 미세먼지 대책 잘 세운 사람한테 표 줄까 봐요.”

기사님이 요즘 내 선생님이다.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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