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사설]국민연금은 책임회피보다 상식적 판단해야
국민연금과 산업은행간 협상이 성과없이 끝나면서 대우조선은 이제 국민연금의 판단에 따라 명운을 달리하게 됐다. 각종 정보와 자료를 토대로 동의나 거부를 결정하겠지만 국민연금은 여론의 향배도 의식해야 한다. 지난 9일 국민연금이 산은의 추가 감자 등 네 가지 조건을 요구할때만 해도 손실을 줄이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으로 이해됐다. 대주주의 책임을 추궁하는 사채권자 대표로서의 의미가 강했기 때문이다. 산은도 요구를 거부하긴 했지만 대신 만기 유예 회사채 우선상환을 약속하며 성의를 보였다. 국민연금으로선 소기의 성과도 거둔 셈이다.

하지만 그 이후 국민연금이 4월 만기 회사채 상환을 요구하면서 여론은 급변했다. 대표성없이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요구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우조선 직접 실사, 채무재조정 결정 3개월 연기 등 객관적으로 실현불가능한 요구까지 들고나오자 책임회피에 급급한 어깃장이란 비난까지 나오고 있다.

쌓였던 불만도 마구 터져나왔다. 최종구 수출입은행장은 “국민연금의 4월 회사채 상환 요구는 국책은행 돈으로 다른 회사채까지 갚아달라는 것”이라면서 “국민연금의 돈이나 국책은행의 돈이나 국민의 돈이기는 마찬가지”라고 비난했다. 산업은행도 “결국 자기들 손실만 줄이겠다는 이기주의의 극치”라고 힐난했다.

P 플랜으로 가더라도 별 수 없다고 설득을 포기한 게 아니라면 하기 힘든 말들이다. 실제로 12일 오전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대우조선의 문제를 안건으로 다룬 경제현안 점검회의에선 대우조선에 대한 금융지원을 어떻게 할지, 발주 취소를 최소화하는 방안이 무엇인지 등 P플랜을 기정사실화하는듯한 내용들이 논의됐다.

국민연금은 지금 손실의 딜레마에 빠져있다. 대우조선의 회생가능성을 부정적으로 보고 손실을 줄이는 차원에서 채무조정안 동의에 난색을 표하지만 P플랜으로 가면 자율적 구조조정보다 오히려 회사채 손실은 더 크다. 법원이 주도하는 강제적인 채무 재조정은 회사채의 출자전환 비율이 당초 50%에서 90%로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그동안의 움직임만으로도 손실의 책임논란에선 벗어났다. 이 정도면 너무 쉽게 동의했다는 비난도, 배임 운운할 여지도 없다. 명분은 충분하다. 회사채 관련 분식회계 문제는 소송으로 해결할 일이다. 지금 국민연금에 필요한 것은 상식적인 판단이다. 그게 최순실 사태와 삼성합병 동의건으로 생긴 책임 트라우마를 벗는 길이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