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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장암, 얕보면 큰일 ①] 변덕심한 대장, 알고보니 ‘癌’이었네
잦은 변비·설사·혈변 등 배변습관 변화땐 대장내시경 검사 꼭 필요…4기 환자도 수술후 맞춤형 치료병행땐 완치율 40%

직장인 박모(49) 씨는 3년 전 거래처를 상대하는 현 부서에 부임한 뒤 잦은 접대와 회식, 육식 위주의 식생활 습관,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한 폭음 등의 일상을 이어 왔다. 2년 전부터는 대변을 보고 나면 간간히 출혈이 있었지만 단순 치질이라고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최근 들어 ‘대변 출혈’이 잦아지고 소화불량에 시달리던 박 씨는 병원을 찾았다가 대장암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최근 개그맨 유상무 씨가 젊은 나이에 대장암 3기 판정을 받아 주위를 놀라게 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대장암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2년 13만6000여명에서 지난해 15만6000여명으로 5년새 15%나 증가했다. 환자는 대부분 50대 이상이었지만 30ㆍ40대도 약 10%라는 적지 않는 비중을 차지했다.

유 씨의 사례처럼 대장암은 식생활의 서구화, 잦은 회식 등으로 고지방 음식 섭취가 늘면서 점차 발생 연령대가 점차 낮아지고 있다. 특히 박 씨처럼 혈변 같은 대장암 증상이 나타나도 단순 치질로 생각해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전문의들은 지적한다. 


▶최근 항문 출혈ㆍ변비 있다면 대장암 의심=대장암은 식도→위→소장→대장으로 이어지는 소화기관의 마지막 부위인 대장에서 암 덩어리가 생기는 것을 말한다. 초기에 아무런 증상이 없기 때문에 혈변, 빈혈, 배변 습관 변화(설사, 변비 등)가 있는 30세 이상의 성인이라면 철저히 검사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대장암의 전조증상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변비, 설사처럼 대수롭지 않은 경우가 많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길연 경희의과학연구원 부원장(경희대병원 외과 교수)은 “잦은 변비, 설사처럼 배변 습관이 달라지거나 가는 변ㆍ변비, 복통, 가스 찬 배, 뱃속 불쾌감, 배변 후 잔변감, 혈변, 검은 변이라면 검사를 권한다”며 “다만 항문 출혈이 있다고 모두 암이라고 볼 수는 없다. 치질, 치열 같은 항문 질환일 수 있다”고 했다.

대장암 진단에는 대장내시경 검사가 가장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성일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외과 교수는 “보건당국은 5년마다 한 번씩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을 것을 권하고 있지만, 검사 중간 암이 생기는 사람이 많아 3년마다 검사하는 것이 좋다”며 “특히 가족력이 있거나 최근 항문 출혈 또는 갑작스런 변비, 잦은 술자리와 흡연의 경험이 있다면 대장암 또는 그 씨앗인 대장 용종 발생 가능성이 높으므로 더 이른 나이라도 검사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4기 대장암이라도 치료 잘 받으면 완치율 40%=의학 기술이 발달하기 전에는 대장암 치료법으로 개복 수술에 대한 신뢰가 높았다. 하지만 점차 기술이 발전하면서 대부분 병원에서는 복강경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최 교수는 “복강경 수술은 기존 개복 수술과 달리 작은 상처 크기, 통증 감소, 빠른 회복 등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는 수술법”이라며 “나아가 최근에는 배꼽을 통한 단일 포트 복강경 수술까지 가능해 환자의 만족도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정확한 수술 계획과 절제 범위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외과 전문의를 찾아 수술 전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며 “수술 후에는 절제된 암 조직에 대한 유전자 검사를 이용, 개인 맞춤형 치료를 시행해 불필요한 항암 치료를 줄이고 독성을 감소시켜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대장암 중 직장암은 항문과 연결된 직장에 암이 생기는 것으로, 수술 시 항문을 제거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환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주는 암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직장암 수술은 좁은 골반 안에 있는 성ㆍ배변 기능 등을 최대한 지키는 것이 관건이어서, 어려운 수술로 꼽힌다. 하지만 최근 로봇을 활용한 수술이 도입되면서 수술 후에도 항문을 보존할 수 있게 됐다.

이 부원장은 “직장암이 심하면 변실금, 하복부 불편함, 잦은 배변 등으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며 “과거 하부 직장암 수술은 항문을 동시에 제거하고 배에 장루를 만들어야 했지만, 최근 정밀 로봇 수술로 항문을 95% 이상 보존할 수 있게 됐다. 환자도 수술 후 심리적으로 안정돼 만족도가 크게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대장암의 5년 생존율은 75.6%로 비교적 예후가 좋은 암 중 하나다. 하지만 1기 때 92%였던 5년 생존율은 말기인 4기에 이르면 약 11%까지 떨어진다. 때문에 조기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한 암이 대장암이다.

이 부원장은 “대장암은 꾸준히 치료 성적이 높아지고 있는 대표적인 암”이라며 “4기 대장암이라도 고주파ㆍ항암ㆍ방사선 치료와 수술을 병행하면 40%까지 완치할 수 있을 정도이니 말기로 진단 받아도 실망하지 않고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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