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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8년 ‘바비’변천사…지금 그는 페미니즘의 상징
승무원·CEO·대통령…180가지 직업
전세계 패션·트렌드의 아이콘으로
인종도 다양…획일적 몸매·얼굴 한계
롯데갤러리, 롯데百 잠실점 무료展


어릴적 ‘바비’와 놀지 않았던 여자가 있을까. 바비는 소녀가 하고 싶던 모든 걸 다 할 수 있는 아바타다. 엄마 구두보다 높은 하이힐을 신고, 멋진 드레스를 입고, 만화에서 보았던 화려한 무도장으로 가는가 하면 친구들과 다과를 즐기기도 한다. 아이인 소녀가 할 수 없는 (그러나 속 마음은 하고 싶은), 어른 여자들이 할 것 같은 일들을… 그게 ‘바비’이든 ‘미미’이든 ‘쥬쥬’이든 중요하지 않다. 소녀시절 한 켠을 채우던 든든한 인형친구라는 사실엔 변함이 없으니까.

소녀들의 영원한 친구 ‘바비’의 58년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롯데갤러리는 롯데백화점 잠실점 에비뉴엘아트홀에서 바비 제작사 마텔(Mattel)과 함께 4월 28일부터 5월 28일까지 ‘바비, 더 아이콘(Barbie : The ICON)’ 전을 개최한다. 전시에는 1959년 최초의 바비부터 최근 제작한 BFMC(Barbie Fashion Model Collection)까지 희귀돌과 일러스트, 제작 영상등 200여점이 선보인다. 특히 일본의 개인 소장가가 1959년 최초의 바비부터 1960∼1970년대 희귀한 바비 10여점을 이번 전시를 위해 내놓기도 했다. 

다양한 커리어우먼, 인종이 반영된 현대의 바비들.

58년동안 바비는 끊임없이 변신했다. 첫 직업은 패션모델이 었으나 1961년 승무원, 1973년 외과전문의, 1980년대 CEO, 1986년 록스타, 2000년 대통령, 2006년 발레리나, 2009년 카레이싱 선수 등 180여 종류의 직업을 거쳤다. 여성의 사회지위가 상승함에 따라 바비도 영향을 받은 것. 어린이들의 장난감을 넘어선 당시 사회의 축소판이자 트렌드보고서에 다름아니다.

이같은 성향이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바비의 패션이다. 크리스챤 디올, 칼 라거펠트,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 베르사체 등 80여명에 이르는 세계적 디자이너들이 바비를 위해 옷을 제작했다. 2017년 크리스챤 디올 바비는 디올이 1947년 선보인 ‘뉴 룩’을 입었다. 단순히 겉 모양만 흉내낸 것이 아니라 바비의 ‘뉴 룩’을 위해 디올은 기업의 기밀에 해당하는 옷 패턴을 제공했다. 사이즈만 작을 뿐, 바비가 입은 ‘뉴 룩’은 오리지널 그대로다.

‘샤넬 미술관에 가다’ 저자이자 패션복식사가인 김홍기씨는 “바비의 패션은 공장에서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디자이너와 협업해서 만들어 진다. 옷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바비를 사서 옷을 뜯어 볼 정도로 디테일이 훌륭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인형이 패션을 대변하는 역사는 17~18세기 ‘패션돌(판도라)’로 거슬러 올라간다. 헤어스타일, 화장법, 악세서리 등 파리 궁정에서 유행하던 스타일이 당시 유럽 전역에 퍼진덴 이 패션돌의 역할이 지대하다. 바비는 패션돌이 현대에서 부활했다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뿐만이랴, 바비는 시대 여성상과 대중문화의 상징이기도 하다. 재클린 케네디, 마릴린 먼로, 오드리 헵번, 리즈 위더스푼 등 셀러브리티들도 바비의 모델이다.

바비의 슬로건은 ‘You can be anything(너는 무엇이든 될 수 있어)’이다. 인형에 자신을 투영하는 소녀들에게 다양한 롤모델을 제시하겠다는 마텔사의 창업자 루스&엘리엇 핸들러 부부의 철학이다. 마텔사는 성역할을 고착화한다는 비난과 달리 바비는 적극적으로 남녀의 보이지 않는 장벽인 ‘유리천장’을 깼다고 설명한다. 전시를 주최하는 마텔코리아 관계자는 “바비는 패미니스트라 할 수 있다. 닐 암스트롱보다 4년 먼저 우주인으로 달을 탐사했고, 1980년대엔 CEO로 분하기도 했다”며 “바비는 ‘예쁜 여자가 되세요’가 아니라 바비를 통해 축구선수든 우주인이든, 스튜어디스 등 세상의 모든 직업은 물론, ‘너는 무엇이든지 될 수 있다’는 것을 표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바비가 의사, 게이머, 파일럿, 대통령 등 커리어우먼으로 변하든 혹은 인종이 백인일색에서 흑인과 아시아인으로 바뀐다고 한들 한가지는 변치 않았다. 모든 바비는 ‘예쁘다’. ‘32-16-29인치’의 몸매는 최근 현실적으로 바뀌었지만 얼굴은 여전히 큰 눈과오똑한 코, V라인을 자랑하는 날렵한 턱선 등 획일적으로 아름답기만 하다. 성역할에선 자유로워졌을지 모르나 외모지상주의에선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세상 모든 여성에게는 제각각의 아름다움이 있다는 것을 인형으로 보여줄 수 있을 때까지, 바비가 페미니스트라고 하는건 조금 보류해도 좋지 않을까. 전시는 무료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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